새벽 별을 기다리며

시카고 근교에 있는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살고 있습니다. 공부를 새로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제 페친이 아니신 분들은 모르실 것 같아 개인 소식으로 뜬금포를 날려봅니다. 여하튼 여긴 참 공기가 깨끗합니다. 공항에서 내리자말자 알 수 있었죠. 그러다보니 하늘이 어쩜 그렇게 깨끗한지 모르겠습니다. 10년 전 처음 미국에 방문했을 때 봤던 로스엔젤레스의 하늘, 지금 아내에게 구애하러 날아갔던 시드니에서 봤던 하늘, 학부 전공 관련해서 언어 조사한다고 꼬박 이틀이나 걸려 도착했던 중국의 알타이 지역의 하늘, 무엇보다 도움 닫기만으로 손을 뻗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구름이 너스레떨며 느릿느릿 지나가던 해발 5–6천미터에서 보았던 중국 ‘야띵’의 하늘… 모든 하늘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집니다. 물론 하늘은 항상 거기 있었습니다. 어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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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삼위일체 – 07.삼위일체와 가정

너무도 흔한, 하지만 언제나 그리운…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고, 누구나 가진 것 같으나 언제나 그리운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입니다. 사회가 아무리 개인주의화되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습니다. 철저하게 홀로인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없이 존재하는 인간은 없습니다. 돌아가셨거나, 멀리 계시거나, 다투어서 평생 얼굴 안 보고 살기로 마음 먹고 혼자 살고 있더라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부모가 없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실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누구도 완전한 의미의 개인주의자는 될 수 없어보입니다. 시간이 지나 몸과 마음이 장성하면서 개인주의자가 ‘될’ 수는 있어도, 처음부터 개인주의자일 수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자든 불신자든 가족을 단순히 핏줄로 엮인 …

아름다움과 삼위일체 – 06.삼위일체와 교회

photo by barnyz @flikr 이상한 곳, 교회 그러고보면 교회는 참 이상한 곳이죠. 사람마다 가족마다 사연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데 한 자리에 모여 한 하나님을 찬양하게 하며, 심지어 모인 사람들끼리 싱글벙글 웃으며 떡을 떼고 잔을 나누니 말입니다. 선교지에 다녀온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마 느껴본 적 있으실 겁니다. 다른 언어를 쓰는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이 우리와 전혀 다른 환경 속에 살면서도 동일한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을 때 벅차오르는 감격을요. 하나님께서는 나만 구원하신 것도 아니고 우리 가족만 구원하신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들만 구원하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나 ‘형제, 자매’라고 서로를 부를 때 우리는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영혼의 행복을 경험합니다. …

아름다움과 삼위일체 – 05.무엇이 우리를 하나되게 할까요?

photo by Bahman Farzad @Flikr 지난 글에서는 힐라리우스라는 분을 통해 어떻게 초대교회가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 유대교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을 부담없이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삼위일체와 아름다움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제가 전달하고자 노력했던 것은 삼위일체라는 교리는 인간의 머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지난 달까지 우리가 살펴본 모든 내용은 사실상 저의 이런 전제와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글들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이어질 두어 편의 글을 통해서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우리의 삶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시리즈의 매 편 글을 쓸 때마다 마음에 부담이 한가득입니다. 조금이라도 ‘삐끗’해서 하나님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전달해드릴까봐 두렵고, 지나치게 어렵게 전달할까봐 걱정되기 때문이지요. 오늘도 키보드에 손을 올리기 전, …

아름다움과 삼위일체 – 04.하나님은 고독하지 않으시다!

오늘은 제가 로버트 루이스 윌켄이라는 교회사가의 저서[1]를 통해 소개받은 한 인물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힐라리우스라는 인물입니다. 왜 이 할아버지를 소개해드리냐면, 이 분이 어쩌다 초대교회는 유대인들에게서 물려받은 구약의 유일하신 하나님을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믿게 되었는지를 소상하게 고찰해서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겠쥬? 힐라리우스 할아버지, 반갑습니다 일단 초면에는 얼굴부터 트는 게 좋겠죠. 이렇게 생기신 분입니다. 진짜 고생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아니면 고생한 것처럼 보이는 게 경건해 보일 것 같아서 저렇게 마르게 그렸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천국가서 확인해보도록 합시다. 이 분은 315년 갈리아 푸아티에의(현재 프랑스 서부) 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철저한 라틴어 교육을 받고 부유한 집안이라면 으레 누렸을 여러 혜택들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지난 컬럼에서 소개해드렸던 …

아름다움과 삼위일체 – 03.삼위일체의 아름다움

삼위일체는 관념적이다!? 삼위일체 교리가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는 ‘내가 진짜 설명 잘 해. 정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줄께.’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선배나 목사님이나 심지어 탁월한 저자의 책의 이야기를 들어도 솔직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개념들이 잔뜩 나열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셋이 하나고 하나가 셋이란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책을 뒤적거렸더니 ‘본질은 하나이나 위격은 셋이다.’와 같은 아리송한 말들만 적혀있으니 말이죠. 본질은 느낌적 느낌으로라도 어떻게든 느껴보려고 하겠는데, 위격은 또 뭘까요? 사실 본질과 위격 등과 같은 표현들은 존재에 대한 철학적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이해가 되는 표현들입니다. 우리 오래된 선배들은 여러 이단 사상들에 반박하며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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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삼위일체 – 02.우리는 어떻게 사랑에 빠질까요?

지난 번 글에서 우리는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 그 동기가 사랑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면 한 가지 질문이 또 생깁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 걸까요? 우리는 어떻게 사랑에 빠질까요? 우리는 어떻게 사랑에 빠질까요?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을 살펴보면 되죠. 우리는 언제나 사랑에 빠지니까요. 우리는 온갖 종류의 존재와 사랑에 빠집니다. 우리는 돼지고기나 밀가루와 사랑에 빠지고, 그 둘로 만든 탕수육과 사랑에 빠지고, 그 탕수육을 만들어 주는 이현복 셰프와 사랑에 빠집니다. 우리는 수백 수천가지의 컨텐츠를 방영해주는 텔레비전과 사랑에 빠지고,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태양의 후예와 사랑에 빠지고, 태양의 후예 극중 시진이나 모연이와 사랑에 빠지고, 그 역할을 연기한 송중기나 송혜교와 사랑에 빠집니다. 우리는 컴퓨터와 …

아름다움과 삼위일체 – 01. 꼭지 제목과 상관없는 것 같은, 하지만 엄청 상관있는 이야기

그리스도인은 뭐하는 사람인가요? 얼마 전 외부 특강을 하러 동기 강도사가 사역하고 있는 중고등부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스무명 남짓 앉아 있는 아이들과 교사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러분. 그리스도인은 무엇하는 사람들일까요?” 전체 강의 맥락 속에서 이 질문을 통해 청중들이 관심을 환기시키기 원했던 것은 ‘대체 무엇이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이게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었죠. 똑똑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제 의도는 정확하게 파악한 것 같았어요. 용기있는 누군가 먼저 말문을 엽니다. “예수님을 잘 믿는 사람이요!” 맞습니다. 그리고 또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예수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이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대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몸짓을 해가면서 힌트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네, 다 맞아요.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게 하나 있어요. 뭘까-요?” 더 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