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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주석 리뷰

저는 개척한지 4년 되는 작은 지역교회를 섬기는 설교자이며, 주로 교인들에게 강해설교를 합니다. 개척 초기에 무엇을 설교할까 고민하다가 요한복음을 선택했지요. 그래서 2011년 9월 4일부터 시작해서 2015년 2월 22일까지, 만 3년 5개월 18일 동안 127회에 걸쳐 요한복음을 설교했습니다. 설교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설교준비는 항상 즐거웠는데, 쉽고 은혜롭지만 치밀하고 방대하게 펼쳐지는 요한복음의 신학적 깊이에 늘 감동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하게도 주석을 많이 사서 읽었는데, 모든 주석들은 다 각자의 특징이 있었고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주석들은 책과 로고스의 전자파일을 합하여 약 50여권 정도입니다. 물론 그 중에서 진지하게 읽은 책들은 20권(17권+3명의 설교들) 정도이며, 이 리뷰에서는 그 20권 정도의 주석 및 설교들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서 어떤 단 3권, 5권만을 소장하고 싶다면 어떤 책을 소장해야 하는지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모든 책은 나름 평점을 매겼지만, 주관적임을 밝힙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망한 주석도 있었고, 묻혔지만 대단히 탁월하다고 느꼈던 주석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평가를 지나치게 신뢰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해당분야 전공의 신약학자는 제 평가를 보시며 비웃으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와 같이 최종학력이 신학대학원 목회학석사이며, 그럼에도 끈질기고 깊이 있게 말씀을 연구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먹이시기를 원하시는 분들은 약간의 도움이라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설교는 해당 교회의 컨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평점을 매기지 않았습니다.

주석은 네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했습니다. 1) 현대주석/중급 2)현대주석/고급 3)고전주석 4)설교들. 고급과 중급은 주석의 완성도와 깊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얼마나 테크니컬한지에 대한 구분입니다. 따라서 고급주석을 다 읽어내기 위해서는 중급 수준의 그리스어와 사본학 지식, 목회학석사 학위 이상의 조직신학과 교회사의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중급 주석은 진지하고 사려 깊은 평신도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1) 현대주석/중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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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erick Dale Bruner, The Gospel of John: A Commentary

평점: 4.1

최근에 발견한, 아주 인상적이고도 탁월한 주석가가 Frederick Dale Bruner입니다. 그는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약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미국의 한 장로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이 독특한 배경은 그가 얼마나 학문적인 동시에 목회적인 주석을 쓸 수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이 주석이 Brown이나 Carson처럼 철저하거나 Keener처럼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나게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그는 4세기부터 21세기까지의 신학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합니다. Augustine, Chrysostom, Aquinas, Luther, Calvin, Matthew Henry, Bengel, Meyer, Godet, Westcott, Barrett, Brown, Bultmann, Schnackenburg 등이 계속 등장하며 본문에 대한 이들의 해석을 인용하고 찬성하며 비판합니다. 즉, 주석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관점에 있어서의 목회적 특징이 돋보입니다. 예를 들면, Bruner는 요한복음 2:1–12(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이적)을 “예수님의 포도주 설교”라고 말하고, 2:13–22을 “예수님의 채찍 설교”라고 말합니다(성전정화 사건). 그 외에도 18장에서 예수님께서 심문받으시는 장면을 “예수님의 법정 설교”라고 말합니다. 전체를 보는 안목이 예수님의 말씀과 메시지에 집중되어 있고, 각 부분에 목회적인 적용이 들어있습니다.
물론 모든 해석이 만족스럽지는 않고, 여전히 다른 주석의 보완이 필요하지만 컨셉이나 해석, 적용이 모두 독특하고 은혜롭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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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버지, NIV 적용주석 요한복음

평점: 3.8

Wheaton College의 신약학 교수인 Gary Burge는 요한문헌과 신약역사 연구의 전문가입니다. 그는 제한된 지면(이래봤자 774페이지) 안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요한복음의 핵심 메시지를 설명해 냅니다. 본래 ‘NIV 적용주석’은 ‘원 의미-상황잇기-현대적 의미’라는 접근으로 본문을 설명할 뿐 아니라 목회자들의 설교적용에 유용하도록 기획된 시리즈인데, 이중 ‘원 의미’를 흐름에 맞게 탁월하게 설명해 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본문의 적용에 해당하는 ‘상황 잇기’와 ‘현대적 의미’는 좀 피상적이거나 본문의 원의와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왠지 탁월한 본문설명을 듣고 나서 허무한 적용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제 선입견인지 몰라도 그래서 후반부에는 ‘원 의미’만 살펴보곤 했습니다.
특히 14–16장의 고별설교를 해석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줍니다. 그는 1987년도에 The Anointed Community: The Holy Spirit in the Johannine Tradition라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요한복음에 나타난 성령론을 그의 교회론과 연결지어 설명해 냅니다. 그 통찰을 고별설교 부분에서 자주 사용하는데, 고별설교 해석과 적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Burge는 6장과 10장을 알미니안적으로 해석합니다. 개혁주의 목회자들에게는 고려사항이 될 것입니다. 그래도 ‘원 의미’를 잘 정리하는데는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읽는데 난이도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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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크루즈, 틴데일 신약주석 요한복음

평점:3.4

Collin Kruse는 호주의 Melbourne School of Theology의 신약학 교수이며, 최근에 떠오르는 새관점주의(NPP)의 대표자들 중 하나입니다. 특히 그가 쓴 Pillar New Testament Commentary: The Letters of John은 요한서신 주석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최근에는 자신의 NPP 신학적 배경에 입각한 로마서 주석을 쓰기도 했지요.
틴데일 시리즈가 대개 그렇지만, 본문의 핵심 논지에 충실하고 흐름을 잘 파악하게 해줍니다. 단점은 크루즈가 가끔 자신이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 부분에 꽂혀서 길게 설명하는 바람에 꼭 필요한 구절의 설명을 놓친다는 점입니다(특히 1-12장 부분. 이후 13-21장 부분은 읽을 만합니다). 그래도 13장 이후의 주석은 깔끔하고 읽을 만합니다. NPP계열이지만, 본서에는 그런 영향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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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H. Talbert, Reading John: A Literary and Theological Commentary on the Fourth Gospel and Johannine Epistles

평점 3.4

본문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주석으로는 딱히 특별할 것이 없는 책입니다. 다만 본문의 구조와 문예적 기교를 보는 데는 아주 탁월합니다. 특히나 요한은 동일 단어의 반복이나 뜻이 같고 발음이 같은 단어들의 나열로 인한 문학적 기교에 능한데, 이런 부분들을 잘 잡아냅니다. 가끔 “과연 요한이 이런 구조를 의도하고 복음서를 집필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떤 경우는 구조를 보면서 단박에 본문의 핵심메시지를 잡아낼 수 있는 경우도 많아서 늘 한 번은 참조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말씀 드린 대로 본문의 내용 설명에는 딱히 뛰어난 점이 없기 때문에, 구조만 보시기 위해서 읽으셔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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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하, 요한복음 해설노트

평점: 3.6

’해설노트’라는 제목에 충실하게, 본문을 간결하게 주석해 나갑니다. 즉, 본문에 얽힌 논쟁점과 다양한 해석들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저자의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옳다고 여기는 해석을 택해 충실하게 본문 내용을 주석해 갑니다. 이것이 최대의 강점인데, 복잡한 논쟁을 필요로 하지 않는 평신도들과 바쁘게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 목회자들에게 가장 유용합니다. 상세한 절별 단위의 주석이 없는 대신, 요한의 사상 전체의 흐름(Flow)을 잘 좇아가고 있습니다. 만일 요한복음 전체를 상세하게 강해하기를 준비하고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숙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숲을 머리에 그려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본문에 얽힌 논쟁점과 다양한 해석을 제시하지 않기에, 상세한 주석을 바탕으로 한 장기간의 강해설교 준비에는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난해구절을 피해가지는 않으니(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히는 편입니다) 그리 부족한 자료처럼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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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스윈돌, 신약 인사이트 요한복음

평점: 3.6

Dallas Theological Seminary의 총장이기도 했던 Charles Swindoll은 탁월한 강해설교자인 동시에 가독성이 높은 글을 쓰는 저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주석가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스윈돌 주석의 가장 큰 장점은 설교를 준비할 때 가장 직접적인 유익을 준다는 것입니다. 주해는 평신도들도 아주 이해하기 쉬우며, 그럼에도 유치하지 않고 학문적으로 탄탄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한권으로 본문을 철저하게 연구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으나, 가벼운 마음으로 성경을 공부하고 적용하는 데는 이 이상이 없습니다.
아쉽게도, 스윈돌 인사이트 시리즈가 대개 그렇듯 난해구절의 상세한 해석은 좀 피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가끔은 지나치게 답답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참조용으로 쓸 주석은 아니고, 통독용으로 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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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라이트, 모든 사람을 위한 요한복음 1권, 2권

평점 3.6

톰 라이트라는 작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그의 에브리원 시리즈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그는 설교하기 좋은, 적당한 분량의 본문을 택해서 언제나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로 본문을 풀어가는’ 스타일을 고수합니다. 단점은 본문의 각 절을 치밀한 논리관계 가운데서 풀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며, 그것이 또한 장점입니다. 그는 늘 본문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제시하고, 그 이야기를 본문의 해석을 통해 펼쳐 놓습니다.
당연하게도, 본문의 주해를 위해서는 부족한 자료입니다(저자는 그걸 의도하지도 않은 듯 보입니다). 본문주해를 마치고 나서 가볍게 한 번 읽어보기에는 좋습니다. 의외로 신선한 통찰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끔 도움이 되는 적용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역시 난해구절은 좀 피해가는 경향이 있고요.
톰 라이트의 신학이 우려되시는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그의 성경관은 상당히 보수적인 편입니다. Carson같은 학자들도 “요한복음의 원본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7:53–8:11(간음한 여인 이야기)에 대해서도 원본에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새관점적인 칭의 이해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3, 6, 10, 17장에서 가끔 동의하기 어려운 해석들이 등장합니다. “굳이 사야합니까?”라고 물으신다면 “안 사셔도 됩니다.”라고 말하겠지만, “사면 도움은 좀 됩니까?”라고 물으신다면 “도움은 됩니다.”라고 말하겠습니다.

 

2) 현대주석/고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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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Carson, The Gospel according to John

평점 4.6

3년 반 동안 요한복음을 연구하면서 가장 커다란 도움을 받았던 주석입니다. 원래 카슨의 주석이 다 그렇지만, 상세하고 깊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난해구절의 해설이 정말 좋은데, 한 구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학자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뒤, 각 의견들을 비평하고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개진합니다. 게다가 테크니컬한 주석 치고는 상당히 은혜로운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어서, 본문을 이해할 뿐 아니라 적용하는데도 유용합니다. 찬송가나 시가 많이 등장합니다. 마치 치열한 공방전이 있는 신학전쟁터에 한 송이 꽃이 핀 느낌이랄까요. Keith Mathison이나 Tim Charlie 등의 주석평론가(?)들도 최고의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저로써는 고급 현대주석 중 단 한 권만 추천하라고 한다면 이 책을 내밀겠습니다.
그래도 단점이라고 한다면 문예적인 분석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구조를 별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진 않습니다. 아래의 Brown이나 Keener의 주석들을 통해 보완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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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E. 브라운, 앵커바이블 요한복음 1, 앵커바이블 요한복음 2

평점 4.3

1966년과 1970년에 1,2권이 출간된 이 책은 요한복음 주석계에서 가장 유명합니다. Raymond E. Brown은 뉴욕의 Union Theological Seminary에서 29년간 가르쳤고, 이 학교의 첫 번째 로마 카톨릭 출신의 종신교수였는데요. 로마 카톨릭 출신의 학자임에도 역사비평을 광범위하게 수용한 학자로써 논쟁이 일기도 했었습니다.
어쨌든, 어떤 주석을 보더라도 이 주석이 인용되거나, 반박되거나, 지지하거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주석은 아마도 제가 본 주석 중 가장 상세하고 방대하게 본문을 다룬 책일 것입니다. 브라운은 본문의 구조, 문체, 문학적 이슈, 해석학적 배경, 역사적 배경등을 상세히 다룰 뿐만 아니라, 구약성경, 중간기 문헌, 1세기 당대의 문헌들을 상세하게 비교하며 본문의 의미를 끄집어내려고 합니다. 저는 특히 10장을 주석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토록 훌륭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신학과 비평학, 사본학에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이 있는 독자가 아니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첫째는 이 주석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서 읽기가 까다롭기 때문이고, 둘째는 브라운의 신학적 정체성이 대개의 보수적 그리스도인들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브라운은 불트만을 대단히 많이 비판하지만 상당수준으로 양식비평을 수용하고 있고, 아주 자주 로마 카톨릭의 신학들이 주해에 끼어듭니다(예를 들면 오병이어의 적용을 성례전적으로 한다던가, 19:27에서 마리아에 대한 독특한 해석 같은 것들). 신학적으로 독특하지만 모두에게 유용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신학적 뿌리가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목회자들에게는 엄청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겁니다.
번역과 편집은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닙니다. 가끔 오타나 아쉬운 번역이 발견되긴 하는데, 그리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원서를 구하고 싶으시다면 1권2권 모두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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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ig Keener, The Gospel of John: A Commentary

평점 3.9

Craig Keener는 IVP 성경배경주석의 신약부분을 썼으며 Asbury Theological Seminary의 신약학 교수입니다. 그는 오순절 계통의 신학자이며, 따라서 요한복음 내의 성령론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특별히 고별설교인 14–16장을 주석할 때와 3장을 주석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주석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요한복음 당시의 사회 문화적 배경에 대한 전문지식을 상당히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 주석만 가지고 있는 정보들이 타 주석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고급 독자라면 반드시 소장하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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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as Kostenberger, BECNT: John

평점 3.7

깔끔하고 탁월한 주석입니다. 본문 주해가 Carson이나 Brown만큼 상세하지는 않으나, 테크니컬한 주석을 읽기 어려워하는 분들에게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의미단락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을 많이 줍니다. 특히 각 단락을 개요하는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구약성경의 암시와 반영을 잘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특히 6장과 11장을 주석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부흥과개혁사에서 번역출간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대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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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비슬리 머리, WBC 요한복음

평점 3.4

본문의 상세한 지식보다는 각 구절에 대한 신학적 인사이트를 얻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약간의 도움이 될 것입니다. 1세기의 자료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Keener에 미치지 못하고, 역사-문법적 해석들을 시도하지만 Carson에 미치지 못하며, 불트만과 쉬나겐부르그, 브라운을 종합하여 평가하지만 대체로 설득력이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결론은 위의 주석들이 있는데 또 살 필요는 못 느끼겠습니다. 게다가 광범위하게 비평학을 수용하여 요한복음을 해석합니다.
그래도 도움이 되는 부분은 원문의 문법적 사항과 이문들을 다루는 원문주해 부분 정도입니다. 설교준비를 할 때 원문을 개인번역하셔서 주해하시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그 외에는 도움을 많이 못 받았습니다. 다만 19장의 해설은 뜬금없이(!) 아주 수준이 높고, 풍성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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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 Morris, The Gospel According to John, NICNT

평점: 3.5

대부분의 주석평론가들이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주석이며, 실제로 이 주석이 나왔던 1971년을 감안한다면 대단히 탁월한 주석임에는 분명하지만, 저로써는 위의 주석들보다 더 좋은 주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본문에 충실하고 흐름도 잘 설명해주는 주석임에는 틀림없으나, 비슷한 스타일인 Carson의 주석과 비교하면 여러 면에서 미치지 못합니다. 자신의 관점이 분명하지만, 주관적인 해석도 많이 눈에 띕니다.
예전에 생명의말씀사에서 번역해서 출간한 적이 있었습니다. ‘뉴 인터내셔널 요한복음’으로 출간되었고, 당연히 절판되었습니다. 아마 도서관에서는 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Carson이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용품을 찾으신다면, 저는 이 주석에 4.2를 주고 싶습니다. 역사적-문법적으로 충실하고, 신학적으로 건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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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찬, 요한복음 1권, 2권, 3권

평점 3.8

충실한 주석입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 학자가 집필한 주석 중에는 가장 참조할만한 주석일 것 같습니다. 영어 울렁증 때문에 Carson이나 Bruner의 주석을 참조하지 못하신다면 이 책을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 한 구절도 피해가지 않고 원문에 근거해 철저하게 해설하며, 해설은 대부분 건전하고 개혁주의적입니다. 여러 학자들과의 대화가 좀 적긴 하지만 대부분의 목회자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을테니 단점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제공되는 설교개요입니다. 주해를 하시다보면 늘 이대로 개요가 짜이진 않겠지만, 설교 개요가 풀리지 않을 때 참고하면 도움을 많이 받으실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아직 12장까지밖에 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그것도 2011년도에 출간된 3권이 마지막입니다). 앞으로 계속 나온다면 기대할만한 작품입니다.

 

3) 고전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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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칼빈, 칼빈주석 요한복음

평점 4.2

대부분 칼빈주석을 추천하면 “저녀석은 칼빈주의자니까 칼빈주석을 추천하는군.”이라는 선입견을 가지시기 쉽지만, 목표가 분명한 사람들에게 칼빈주석은 늘 최상의 선택입니다. 당신이 알고 싶은 것이 본문의 형성사, 신학적 논쟁, 난해구절의 해석사 등이라면 칼빈주석은 아마 당신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원하는 것이 본문에 대한 표준적이고 명쾌한 이해, 본문 이해를 통한 예배와 기도, 양무리들에게 먹일 오늘의 양식이라면 칼빈주석은 당신에게 모든 것을 줄 것입니다. 실제로 여러 주석과 함께 난해구절을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지다가 마지막에 칼빈주석을 보고 깔끔하게 해결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가장 좋은 점은, 칼빈주석은 언제나 ‘공동체적’ 적용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늘 칼빈의 애정과 관심의 대상이었고, 그는 죽는 날까지 신학자인 동시에 목회자요 설교자였기 때문에, 교회를 사랑하는 목회자와 교사들에게 칼빈주석은 늘 최상의 선택입니다. 당신이 칼빈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어떤 주석을 보든지 주석가는 칼빈을 인용하고 비판하고 찬성할 것입니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사시면 됩니다. Carson에게 했던 말을 다시 합니다. 한 권만 가져야 한다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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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 핑크, 요한복음 강해

평점 4.1

20세기의 탁월한 침례교 성경신학자의 세심하고 사려깊은 작품입니다. 핑크의 주석이 가지고 있는 가장 커다란 장점이라면 엄청난 양의 탁월한 적용과 묵상거리를 준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가 인용하는 학자들은 대다수 현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청교도와 경건한 학자들이고(특히 J.C. Ryle이 많이 언급됩니다), 이들의 치밀한 묵상은 풍성한 식탁을 차리게 합니다. 시간을 많이 들여 주해를 하고 나서도 여전히 메마른 느낌이 든다면, 이 책을 보신다면 기도와 예배로 이끌려갈 겁니다.
단점은, 자주 보이는 지나친 자의적 해석들입니다. 독특한 관점들이 많아서 좋기는 하지만, 가끔 보이는 알레고리적 해석들은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읽다보면 가끔은 교부들의 글을 읽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여튼 1–12장은 거의 매 장마다 큰 은혜를 받았고, 17장은 압도적입니다! 역시 반드시 있어야 할 책입니다. 평신도들에게도 읽기 쉽구요.
20세기의 주석이긴 하지만, 고전에 속한 자료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스타일도 현대주석과는 거리가 멀어서 고전에 포함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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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엘로브스키 편집, 교부들의 성경 주해 요한복음 1권, 2권

평점 3.7

‘교부들의 성경주해’ 시리즈는 2세기부터 8세기 중엽에 이르는 라틴, 헬라 교부들의 성경에 대한 해석을 각 절마다 선별하여 실은 모음집입니다. 이미 여러 권이 번역되어 나왔고, 요한복음은 완역되었습니다. 요한복음은 주로 Augustine과 Chrisostom의 해석을 중심으로, Origen, Theodore, Cyril 등의 주해를 싣습니다.
각 절마다 교부들의 깊은 묵상을 통한 통찰들, 잠언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본문을 상세하게 주해하고 흐름과 핵심논지를 파악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지만, 기독론적 해석, 당대의 논쟁과 역사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인 동시에, 교부들의 탁월한 신학적 묵상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 IVP에서는 같은 시리즈로 종교개혁자들의 주해 모음집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Craig Farmer가 편집한 요한복음이 출간되어 있네요.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4) 설교들

김형익, 요한복음 강해

김형익 목사님의 요한복음 강해는 책으로 출간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마도) 한국인 강해설교자 중 가장 탁월하고 뛰어난 사람일 것입니다. 본문을 다루는 철저함, 목회적인 따스함, 적용, 전달, 구성 어느 것도 흠잡을 만한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157회에 걸쳐서 한 설교는 놀랍게도 거의 수준차이가 없습니다.
많은 설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직접 들어보십시오. 157편의 모든 설교는 설교문을 제공합니다(그래도 들으시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팟캐스트로도 들을 수 있습니다.

 

John Piper, The Gospel of John

진짜배기의 영웅 존 파이퍼는, 사역의 말년인 2008년도 9월부터 은퇴하기 직전인 2012년 6월까지 총 70회의 요한복음 설교를 했습니다. 그는 14:31절까지 다루었고, 요한복음 강해는 결국 다 마치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지요.
존 파이퍼 목사님의 설교는 후기로 가면서 좋아집니다. 게다가 특이한 점은, 그의 설교가 후기로 가면서 더욱 열정적이고 진지해 진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목회자가 젊을 때는 열정적이고 뜨거워지다가 후기로 가면 신학적으로는 깊어지지만 열정을 잃어버리는데 반해, 존 퍼이퍼의 신학적 깊이와 열정은 갈수록 배가됩니다.
존 파이퍼의 목회 인생 중 신학적 최절정기에, 뜨거운 열정으로 쏟아낸 강해설교를 맛보고 싶다면 들어보십시오. 주해의 탄탄함과 신학적 깊이, 열정에 매료되실 것입니다.

 

박영선, 요한복음 강해

박영선 목사님은 한국교회에 ‘하나님께서 주인공이 되시는’ 설교를 (어쩌면) 최초로 대중에게 소개한 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분의 설교는 좀처럼 “인간이 무엇을 해야만” 하나님도 복을 주신다는 식의 결론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한국교회에 처음으로 ‘은혜’의 개념을 전달한 설교자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분의 하나님의 열심과 같은 책은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울림과 감동을 주는 책입니다.
박영선 목사님의 요한복음 강해는 그분이 남포교회를 개척한 1984년부터 시작된 설교입니다. 모든 설교에 그분의 통찰이 녹아있으며, 곳곳에 번뜩이는 예화들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30대의 젊은 설교자가 혈기왕성할 때 한 설교라 목소리를 높일 때도 참 많습니다.
당시의 한국교회와 신학을 감안하면 2–30년 앞선 통찰을 가진 설교임에도, 본문주해가 철저하지 않고 요한복음 전체에 대한 거시적 이해가 결여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아마 당대에는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설교 곳곳에 아더 핑크의 저작을 참고한 흔적이 보입니다.
과거에 엠마오에서 책으로 출간된 적이 있지만 절판되었습니다. 그냥 설교로 들으시는 게 더 나을 겁니다.

 

어떤 주석을 살 것인가?

몇 가지의 경우를 생각해서 아래와 같이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1. 지역교회의 목회자
    3권만 산다면: D.A. 카슨 – 칼빈 – 아더 핑크
    5권을 산다면: 위의 주석에 Bruner와 레이몬드 브라운을 추가
    번역본만 사길 원하신다면: 이필찬 – 칼빈 – 아더 핑크 – 게리 버지 – 레이몬드 브라운
  2. 교회학교나 교사나 그룹성경공부 리더
    3권만 산다면: 게리 버지(또는 찰스 스윈돌) – 황원하 – 칼빈
    4권을 산다면: 위의 주석에 아더 핑크를 추가

 


더 많은 주석을 소장하고 싶다면

위에서 소개한 주석들 외에도 더 많은 자료를 소장하고 싶으시다면, 간략하게 무엇이 더 있는지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F.F. Bruce, The Gospel of John: Introduction, Exposition, Notes

William Hendriksen, New Testament Commentary Exposition of the Gospel According to John

Herman Ridderbos, The Gospel of John: A Theological Commentary

Andrew T. Lincoln, The Gospel According To Saint John: BNTC

Gerald L. Borchert, John : An Exegetical and Theological Exposition of Holy Scripture

Ramsey Michaels, The Gospel of John: NICNT

John F. McHugh, John 1–4: A Critical and Exegetical Commentary: ICC

Richard D. Phillips, John: Reformed Expository Commentary

Ernst Haenchen, John 1: A Commentary on the Gospel of John, Chapters 1–6: Hermeneia

Over de auteur

정규

진짜배기 잉여 필자. 다른 필진들과는 다르게 공식적인 '저자'다. 담임 목회자이자 두 딸의 아버지. 잉여롭고 싶은데 찾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 ㅠㅠ

Comments 12

  1. 목사님의 열정과 헌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한번 만나 대화하고 싶습니다 김정 국목사 010-3650-1189

  2. 김헝익목사님 요한복음설교본문은 어디서 구할수 있나요…? 조이선교교회 홈피에도 고후.갈 만 올라와 있고 요한은 없더라구요.

  3. 한때 청교도나 변증서 등 신앙서적 읽기에 골몰하다가 개인적 충격(?)으로 현재 성경, 특히 요한복음에 푹 빠져들고 있는 초신자로서 큰 도움이 됩니다. 독일성서공회의 관주해설성경, 호크마주석, 칼빈주석, 아더핑크강해주석에 최근 출간된 원문번역주석성경도 참고하며 계속 요한복음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칼빈과 아더핑크에대한 평가가 와닿습니다. 박윤선주석을 읽고싶은데 책으로 된것 말고 파일로 된 것을 구했다 싶으면 중간에 다른 주석이 섞여있네요… 박윤선주석에 대한 코멘트가 없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혹시 접해보셨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4. DA카슨의 “The Gospel according to John” 좋은 주석서입니다. 좋은 책들 중에 많이 안 알려져 안타까운 책이 있는데 이렇게 알려주시니 좋네요.

  5. 진지하게 읽어 보니, 진짜 빼기(진짜가 빠졌네요)가 되네요… 레이몬드 브라운은 명실상부 요한복음의 원탑… 쾨스텐버그 탁월한 신학자, 톰 라이트 범접할 수 없는 통찰력… 진짜를 나누어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목회 30년이 되니 조금 보입니다…

조현상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