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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 성경주석 리뷰

2006년, 마크 데버Mark Dever는 복음을 사랑하는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T4G(Together for the Gospel) 컨퍼런스를 열면서, 자신들의 신학-목회적 영웅인 세 명의 목사들을 소개했습니다. 데버는 존 파이퍼와 R.C. 스프룰, 그리고 존 맥아더John F. MacArthur를 소개했지요. 그는 이렇게 맥아더 목사님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우리 대다수가 살아온 날만큼이나 오랫동안 십자가를 설교했습니다. 젊은 목회자들은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알기 때문에, 파선한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근심합니다. 이런 이들에게 존 맥아더는 오랜 세월 변함없는 충성심으로 목회를 한 훌륭한 모범으로서 참석한 청년들에게 용기가 될 것입니다.

맥아더는 곧 강단에 서서 “40년 동안의 복음사역 (Forty Years of Gospel Ministry)”이라는 설교로 모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복음사역과 하나님의 말씀의 수위성에 대하여 힘있게 외쳤습니다. 아래는 설교 중에 했던 그의 말들입니다.[1]

닥터 파인버그가 말했습니다. “자네는 본문의 전체 요점을 놓쳐버렸네. 그것도 구약 성경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말이네. 다시는 그러지 말게.” 정말 그의 말은 신학교 시절 제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유일한 말이었습니다.

강단에 서는 순간, 저는 하나님의 사자(使者)일 뿐입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서 말합니다.

회중에게, 성화된 자로 알려진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이 펼쳐질 때 가장 강력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목회 초기부터 제 인생의 목표는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해 목회에 충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목사의 목표여야 합니다.

비록 이 설교를 이역만리 타국에서 1년 전에 녹화한 것을 동영상으로만 들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맥아더에게 말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그가 제 귀에 대고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습니다. “정규야! 하나님의 말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것을 전하는 것만이 네가 평생 충성해야 할 일이야!”

이후로도 한참 동안 그의 설교를 듣고, 저작을 읽었습니다. 그는 실로 하나님의 말씀에 미쳐있는 사람이었고, 따라서 그의 설교와 저작은 성경에 흠뻑 젖어있었지요. 저는 그의 인도를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알고 싶었기에, 그가 성경 전체를 주석한 ‘The MacArthur Bible Commentary’를 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오랫동안 저는 이 책을 벗 삼아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이해했지요. 비록 지금은 교회론과 종말론, 그리고 언약, 구약성경에 대한 관점 등에 대하여 그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는 자세와 본문을 대하는 방법에 대하여 저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더 크게 그의 영향 아래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것은 변치 않겠지요. 따라서 저는 그의 성경주석이 우리말로 번역된 것을 기념하여, ’맥아더 성경 주석‘에 대한 간략(?)한 평가와 추천을 남김으로 그에게 진 빚의 일부라도 갚아보려 합니다.

리뷰는 아래의 순서를 따라 진행하려 합니다. 첫째로 책 전체의 특징과 장단점을 서술한 후에, 둘째로는 각 권별로 인상적인 부분들, 특히 설교에도 큰 도움을 줄만큼 좋은 권을 선별하여 평가해 보고, 마지막으로 이 책 전체가 지향하고 있는 신학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글이 좀 길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보겠습니다.

1. 맥아더 성경주석의 특징

우선 이 책은 1997년에 출간되어 180만부 이상이 팔린(2014년 기준) MacArthur Study Bible에 근거한 확장판 주석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주석은 스터디 바이블보다 훨씬 더 많은 분량과 보완이 이루어졌고, 전에 약 350여개의 지도 및 아티클에 300여개 이상의 자료들, 그리고 각 권 해설 말미에 참고자료들을 더해 훨씬 더 충실한 성경연구를 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쓰인 책이지요. 이 책은 아래와 같은 특징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a. 정보의 정리 및 요약

이 책의 최고 강점이며, 설교자들에게 가장 유익할 만한 부분입니다. 이 책은 성경에 있는 여러 정보를 잘 ‘정리’했습니다. 이 자료들은 성경 전체를 통하여 특정 주제에 대하여 어떤 가르침들이 있는지, 또는 어떤 사상들을 전하고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지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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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는 신약성경에서 가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구성원들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간략하게 요약한 표입니다. 읽는 사람들은 해당 성경본문을 읽으면서 더 깊이 묵상하며 적용할 수 있고, 설교자들은 위의 표를 이용하여 각 본문을 상세하게 연구한 뒤에 ‘성경적 가정’이라는 시리즈 설교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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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는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신유사역에 대한 정리입니다. 본문의 소개와 더불어 ‘죄’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구원’이 그 영향에서 우리를 어떻게 회복시키는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합니다. 당연히 본문은 더 묵상할 수 있고, 설교자로서는 역시 본문을 더 상세하게 연구하여 ‘죄의 비참함과 구원의 회복’과 같은 주제로 시리즈 설교를 할 수 있지요. 하나만 더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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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표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본문만을 골라 나열해 놓은 것이고, 여기 등장한 본문을 또한 상세히 연구해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역시 설교자들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이라는 시리즈 설교를 하거나,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1문의 확장판 설교를 할 수 있겠지요.

맥아더 성경주석에는 이러한 표가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원래 맥아더는 복잡하고 심오한 진리를 간명하게 정리하여 풀어내는데 탁월하신데, 이러한 특징들이 주석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이지요. 신약뿐만 아니라 구약에도 널려있는 이러한 정리들은 설교자와 성경공부 인도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b. 난해구절에 대한 분명하고 깔끔한 설명

스터디 바이블도 그랬지만, 맥아더 성경 주석은 난해구절에 대한 분명하고 깔끔한 설명을 줍니다. 단권성경이 대부분 그렇지만 난해구절에 대한 확실하고 분명한 한 가지 해석만을 깔끔하게 제시하는 편이고, 이것은 논쟁에 지친 일반 성도들에게는 성경을 이해하게 하는 한 가지 확실한 옵션이 됩니다.

예를 들자면, 로마서 7장의 “죄 때문에 갈등하는 ‘나’(ego)는 누구인가?”라는 논쟁 많은 본문에 아주 깔끔하게 ‘신자의 경험’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논거를 제시합니다(p. 1261, 7:14–15의 프리뷰). 또한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이 구원을 얻기를 원하신다”(p. 1468, 딤전 2:4)는 난해구절도 ‘원하시느니라’고 번역된 헬라어의 원의미를 분석하며 칼빈주의적 결론을 냅니다. 논쟁의 다양한 층위를 분석하기보다는, 맥아더의 해석과 더불어 논거를 분명히 제시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은 일반 성도들이 개인적으로 성경을 공부할 때 대단히 유익합니다. 의견이 다양할수록 교훈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헷갈리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종종 그의 해석이 신학적 주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자면 그는 창 6:2의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결혼을 ‘천사와 인간의 결혼’으로 해석하고 논거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부분의 구약학자들이 ‘가인의 자손과 셋의 자손의 결혼’(즉, 불경건한 자들과 경건한 자들의 결혼)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다릅니다. 대부분 맥아더의 해석이 건전하고 바른 편이지만, 이러한 경우는 신중하게 보아야 할 것입니다.

c. 문맥과 세부 의미 모두에 대한 분명한 설명

대부분 스터디 바이블의 가장 큰 단점은 대부분의 해설이 ‘단어설명’에 치중해 있다는 점입니다(이건 맥아더 스터디 바이블도 마찬가지). 물론 성경을 읽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모르는 단어가 있거나 단어의 풍성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단어 설명으로만 되어 있는 노트는 본문의 문맥과 흐름을 파악하게 하지는 못하지요.

맥아더 성경주석은 스터디 바이블의 강점인 단어설명에 더해 본문의 문맥흐름을 설명하는데도 강한 편입니다. 역사적 내러티브를 설명하는 역사서는 이러한 특징이 분명히 나타나지는 않지만, 서신서와 같은 ‘논리적 흐름’이 본문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성경은 꼭 본문흐름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특히 바울서신(그 중에서도 로마서와 갈라디아서, 에베소서 등)은 이러한 논리적 흐름을 가장 잘 설명해 줍니다.

이러한 장점은 맥아더가 늘 평범한 지능을 가진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성경을 읽고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바이런 얀(Byron Yaw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능이 평균, 혹은 평균보다 못한 수준이라면서(이런 망언을!) 아래와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2]

(제가) 평균 지능이라 도움이 될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지나치게 지성적이지 않도록 도와주지요. 저는 모든 것을 단순하게 이해해야 해요.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성경을 붙들고 씨름합니다. 아주 지적인 사람들은 제가 하듯이 그렇게까지 성경을 붙들고 늘어질 필요가 없겠지요.

맥아더의 겸손한 발언(망언)이 사실이라면 우리 중 대부분이 멍청이임에 분명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가 ‘평범한 사람의 수준에서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가진 탁월한 설교자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 ‘맥아더 성경주석’에는 그러한 그의 강점이 고스란히 살아있습니다.

2. 권별 추천

다 살펴볼 수는 없지만, 읽다가 제가 좋다고 느낀 몇 권들 중심으로 평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평점은 5.0 만점이며, 3.0 이상이면 읽기 쉽고 좋은 주석, 3.5 이상이면 탁월한 주석, 4.0 이상이면 이 부분만으로도 이 책 돈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구약

창세기 3.7 – 중요한 책이기에 역시나 중요하게 다룹니다. 주석은 상세하고 분명하며, 짧은 설교를 준비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정보를 충분히 줍니다. 본문을 설명하다 적절히 나오는 도표와 지도는 본문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간명한 지도는 ESV 스터디 바이블보다 보기가 더 낫습니다. 군데군데 설명뿐만 아니라 신학적 통찰이 넘칩니다(예를 들면, 77페이지에 있는 아브라함의 의). 물론, 아까도 언급했지만 아쉬운 해석들도 종종 보입니다(예를 들면, 1:5이나 14:18).

신명기 3.2 – 단어와 상세한 본문 설명은 좀 빈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정리들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205페이지에 나오는 ‘하나님이 가증하게 여기시는 것들’이나 신명기 28장의 ‘복과 저주’(p. 221, 223) 등이 유용합니다. 신명기의 내용이 선지자 시대에 어떻게 무시되었으며 또는 반영되었는지를 선지서를 인용하며 설명하는 부분이 간혹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신명기 28장은 후기 선지서와 많은 부분을 관련짓는데, 유용한 정보입니다.

사무엘상하 4.0 – 내러티브를 추적하는 것과 절별 해석 모두 뛰어납니다. 지도는 시종일관 유용하고, 본문의 해석뿐만 아니라 본문을 통한 신학적 통찰 또한 유용합니다. 구속사적 적용을 위한 자료들도 풍부하고, 특히 327페이지에 등장하는 표(사무엘하의 이야기 전개)는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구약 중 가장 뛰어나고 탁월합니다. 특별히 삼하 7장의 설명을 보십시오.

에스라 3.5 – 유용한 자료가 많지는 않지만 절별 해석과 단어 설명이 좋습니다. 에스라를 읽으면서 꼭 알아두어야 할, 그리고 궁금해 할 만한 단어와 어구의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시편 3.5 – 대부분의 시, 특히 조금 긴 시에는 모두 구조분석이 되어 있습니다. 구조분석은 시 전체의 주제와 흐름을 알게 하는데 유용하며, 단어 설명도 빠짐없이 잘 되어 있습니다. 다만, 종종 히브리시의 표현이나 어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쓰인 주석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를 바울서신 분석하듯 주석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구조분석은 유용하니 볼만합니다.

이사야 4.2 – 역시 구약 중 가장 탁월한 설명입니다. 특히 662페이지의 ‘신약성경에 인용된 이사야서’나 666페이지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예언’과 같은 표는 유용합니다. 669–677페이지에 표의 형태로 등장하는 각 나라에 대한 심판 신탁의 모음도 유용합니다. 가장 유용한 표는 710–711페이지에 세로로 등장하는 ‘그리스도의 초림으로 성취된 이사야의 예언’은 이사야서 설교에 가장 커다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성경의 권위와 무오를 믿고 신약성경의 빛 아래에서 이사야를 설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유용한 자료 중 하나입니다.

신약

마태복음 4.0 – 아주 탁월합니다. 분량에 있어서도 압도적이며, 어느 한 부분 허투루 넘어가는 주석이 없습니다. 각 부분에 대한 상세 자료 및 구조 분석, 단어 해설, 흐름 해설 등 모든 부분이 만족스럽습니다.

요한복음 4.1 – 역시 가장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하며, 상세하고도 신학적인 주석을 합니다. 여러 표와 아티클, 정리가 돋보입니다. 특히 1166페이지에 있는 ‘구원에 이르는 참된 신앙의 특징’은 그 자체로 여러 번의 설교의 주제가 될 것이며, 17장(예수님의 기도) 부분의 해설도 탁월합니다. 역시 뛰어난 주석으로써, 아마도 단권주석계 전체를 따져도 가장 신뢰할 수 있을만한 요한복음 해설일 것입니다.

로마서 4.4 – 맥아더 성경 주석 전체에서 가장 탁월한 부분입니다. 해설이 가장 상세하며, 본문의 흐름을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책도 드물 것입니다. 다만 개혁주의자들이라면 맥아더의 10–11장 해석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은 ESV 스터디 바이블과 같이 읽는다면 보완이 될 것입니다. 7–9장의 해석은 가장 탁월하며, 4–5장의 해석도 흐름설명에 탁월한 면을 보입니다.

고린도전서 3.7 – 역시 상세한 주석이 특징입니다. 특히 1:30의 부록인 ‘구원에서의 하나님의 역할’(p. 1293)이나 1319페이지에 있는 ‘참된 사랑’이라는 아티클은 유용할 것입니다. 특히 12–14장의 주석은 은사에 대한 맥아더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읽어볼만합니다. 본문의 흐름 설명이 좋기 때문입니다.

3. 맥아더 성경주석의 신학적 입장

역시 간략하게 맥아더 성경주석의 신학적 입장,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에서의 주석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맥아더 성경주석을 칼빈주의적 입장에 선 주석이라고만 알고 계시겠지만, 실제로 칼빈주의자들 내에서 논쟁이 많은 부분, 또는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몇 가지 이슈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a. 성경관

당연히 철저한 성경무오의 입장에 서 있습니다. 특히 27–31페이지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다루는 법’이라는 글에 맥아더의 성경관이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습니다. 또한 시 19편과 딤후 3:16–17 부분의 주석을 읽어보십시오. 따라서 성경비평학의 영향은 거의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ESV 스터디 바이블과 같이 성경비평학에 대한 대응이나 변증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b. 해석학적 입장

29–31페이지에 그의 해석학적 입장이 나와 있습니다. 역시 ‘역사-문법적’ 원리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유나 은유로 해석되어야 할 부분까지도 지나치게 문자적으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고, 따라서 시가서나 예언서의 해석은 부자연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문자적 해석의 강조 덕분인지 세대주의적 경향이 곳곳에 나타납니다(물론 극단적이지는 않습니다). 구속사적 적용은 도드라지게 나타나진 않습니다.

c. 신론, 기독론

전통적인 복음주의적 견해와 다른 것이 전혀 없습니다.

d. 구원론

전통적인 칼빈주의 입장입니다. 특히 21–23페이지를 읽어보십시오. 논쟁이 되는 구절들은 늘 칼빈주의적 입장을 드러내고, 창 15:6과 같은 구약성경에서도 전통적인 칭의론을 옹호합니다. 1166페이지에 있는 ‘구원에 이르는 참된 신앙의 특징’은 존 맥아더의 ‘주재권 구원’(Lordship Salvastion)적 시각을 서술합니다. 구원론에 있어서 개혁파 신학을 추구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든 주석을 거의 전혀 거리낌 없이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 은사에 관한 견해

‘고린도전서 12–14장의 은사’(p. 1318)와 13:8–10의 주석을 보면 맥아더의 은사중지론(Cessationism)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다만 13:8–10의 해석은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은사중지론의 찬반유무와 상관없이 말입니다.

f. 여성의 직분에 관한 견해

여성을 장로, 또는 교회 전체를 관장하는 공적인 교사(목사)로 세우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딤전 2:12–13부분의 해설을 보십시오. 다만 딤전 3:11의 해설을 보면, 여성이 집사로 일하는 것에 대하여는 찬성하는 입장인 듯 보입니다.

g. 종말 및 천년기에 관한 견해

알려진 대로 세대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로마서 11장의 이스라엘도 문자적이고도 혈통적인 유대인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미래주의적 입장으로 계시록 전체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래주의적 입장만이 “요한계시록이 예언이라는 주장을 정당하게 다루며, 1–3장과 성경의 나머지 부분과 같은 동일한 문법적-역사적 방법으로 이 책을 해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p. 1637). 천년기에 관하여도 당연히 전천년설을 따르고 있지요. 공식적으로는 한국교회에 세대주의자들이 드물기 때문에 찬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다지 과격한 세대주의가 아닌데다가 계시록의 단어해설에는 참고할만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참고용으로라도 읽어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h. 세례와 교회정치에 관한 견해

수세의 방식에 대하여는 분명하게 주석에 드러나지 않습니다(물론 침례교도니 물에 잠그는 것이 옳다고 믿겠지만요). 유아세례에 대하여도 분명하게 의견을 표시하는 부분이 없지만, 골 2:11의 주석은 세례가 믿음의 인(언약의 인이 아니고)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즉, 유아세례 반대의 입장을 표하는 것이지요(침례교도니 그렇게 믿는 것이 당연하겠지만요). 역시 교회정치의 형태에 대하여도 분명히 주석에 드러나지 않습니다(침례교도니 회중교회를 지지하겠지만요).

기타 자세한 신학적 입장은 18–26페이지에 있는 ‘성경의 핵심적 가르침’에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다만 맥아더 성경 주석은 본문의 원의미를 간명하게 진술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신학적 견해 차이를 가지신 분들이 못 읽을 정도로 신학적 색깔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복음주의적 신앙을 가지고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시는 분들은 무리 없이 편안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 단순한 진리를 명쾌하게

미국에서 맥아더 성경 주석이 처음 나왔을 때, 어느 서평가는 이 주석에 대하여 훈련받지 않은 평신도에게 유익할 거라며 진지한 학자라면 그의 주석을 읽기가 부끄러울 것이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하여 바이런 얀은 존 맥아더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고, 존 맥아더는 이렇게 대답했지요.[3]

칭찬으로 받아들였지요. 지금껏 훈련받지 않은 평신도에게 말씀을 전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거든요. 저는 죽은 독일인들이나 자유주의자들이나 박사과정의 학자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훈련받지 않은 평신도들에게 전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제 자신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성경을 단순하게 이해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성경을 단순한 개념들로 잘게 썰어야 해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성경을 대하고 가르치려는 맥아더의 이러한 자세가, 본서를 미국에서만 100만부 넘게 팔아치운 이유일 것입니다. 많이 팔린다고 꼭 좋은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은 많이 팔릴 만큼 잘 쓰였습니다. 맥아더는 말씀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전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한 사람이고, 그 평생의 헌신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단순하고 명료하게 진리를 전합니다. 여느 책이나 마찬가지로 이 책도 장단이 다 있지만, 명료하게 구원의 진리를 찾으며 성경을 알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1. 이 말들은 모두 그의 설교를 녹취한 책인 ‘십자가를 설교하라(서울:부흥과개혁사, 2009)’에 실려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인용은 제가 설교를 듣고 재번역한 문장이기에 굳이 페이지를 넣지는 않았습니다. 설교 전문을 번역한 글을 읽고 싶으시다면 위의 책의 7장을 보시면 됩니다.  ↩

  2. 바이런 얀, 전의우역, 자기 목소리로 설교하라 (서울:성서유니온, 2012) p. 89  ↩

  3. 바이런 얀., p. 90  ↩

Over de auteur

정규

진짜배기 잉여 필자. 다른 필진들과는 다르게 공식적인 '저자'다. 담임 목회자이자 두 딸의 아버지. 잉여롭고 싶은데 찾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 ㅠㅠ

Comments 2

  1. 강도사님 잘 읽고 갑니다~ 리뷰 읽어보니 맥아더 목사님의 강점과 약점이 모두 주석에도 일관성 있게 드러나고 있군요. 그래도 강점이 더 많은 주석이란 생각이 드네요. 구입하려고 신청해놨는데 기대가 됩니다 ㅎㅎ

  2. 개혁주의라면 주재권 구원론에 찬성할 수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요?
    세대주의와 다른 구원론을 가진 신학자의 주석이 성경읽기 수준의 주석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 신학적 성경해석과 설교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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