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불꽃은 살아있다: 런던 메트로폴리탄 타버나클 교회 체험기

뜻밖의 여정

지금으로부터 약 1달 전, 영국으로의 여행은 급작스럽게 결정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뜻밖의 여정이었네요. 영국 교회의 모습을 아주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유럽의 기독교 신앙의 쇠퇴를 말할 때 자주 들었던 것 중 하나가 쇠락해진 영국 교회의 이야기였습니다. 교회 안에는 노인들만 남아있고, 그나마도 안 되는 교회는 술집이나 기타 등등의 장소로 전락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전도하면 잡혀간다는 이야기 등을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들었던 또 다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에 부흥해가는 교회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현대적인 워십과 상관없는 전통적인 예배를 드리는 교회인데 말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메가처치는 아니지만요. 아무튼 뜻밖의 여정에 대한 감사함을 안고 간 영국 런던의 거리를 걸으며, 저는 런던 메트로폴리탄 타버나클 교회(London Metropolitan Tabernacle Church)로 향했습니다. 물론 거리의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가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평일보다 더 조깅을 하거나 사이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문득문득 보이는 교회에서는 재즈풍의 음악이 들려오는 곳도 있었고, 힐송과 같은 찬양이 흘러나오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간략한 소개

런던 메트로폴리탄 타버나클 교회는 1650년에 세워진 교회로, 그 유명한 찰스 스펄전 목사님이 1854년 부터 1892년까지 시무하셨던 교회입니다.

1898년 화재로 인해 건물이 한번 소실되었었고, 이어서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서 건물의 예전 모습은 대부분 소실되었다가(1941년) 이후 다시 지어졌습니다(1957년).[1] 전쟁과 여러 상황으로 인해 타버나클 교회의 성도 수는 굉장히 적어졌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거의 2–30명 밖에 안 남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70년 피터 마스터스 목사님이 부임하여 지금까지 수십배로 다시 성도들이 늘었고, 특별히 주일학교의 학생 수가 많아졌습니다. 피터 마스터스는 25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으며, 우리나라에도 몇 권의 책이 번역되어 어느 정도 알려졌습니다. 번역된 책으로는『영혼의 의사』, 『하나님의 인도하심』, 『성도가 성도되게 하라』 등이 있습니다. 책 수입금은 전부 교회의 수입으로 들어갑니다.

예전

타버나클 교회에서 주일의 예배는 오전 예배와 저녁 예배로 나뉩니다. 오후 예배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저녁 6시에 예배가 시작됩니다.

오전 예배는 11시에 시작합니다. 성도들은 오전 예배에 참석하고 함께 식사를 한 이후, 오후에는 교리 공부하는 그룹과 오후 주일학교를 섬기는 그룹으로 나눠집니다. 그리고 쉬다가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 저녁 예배를 드립니다(뒤에 언급하겠지만 저녁예배전에 함께모여 기도하고 노방전도나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두 자유롭게 참여하구요, 주변에 공원이나 버스정류장에 나가서 보통 저녁예배에 초대를 합니다. 저녁예배는 항상 복음설교가 전해집니다).

타버나클에서 드리는 예배의 특징 중 하나는 피아노 반주와 함께 부르는 찬송(Hymn)입니다. 보통 한 예배 당 4곡 정도를 부르는데, 교회에 오면 전면에 그날 부르는 찬송의 번호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찬송집(Hymn & Psalms)에는 악보 없이 번호와 가사만 적혀 있습니다. 찬송 전에는 앉아 있다가 전주가 끝나면 함께 일어서서 찬송을 부릅니다. 전 알지 못하는 곡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함께 따라 부르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리 어려운 곡조는 아니었고, 생각보다 가사에 집중하기가 쉬웠습니다.

설교 전에 기도하는 시간은 거의 15분에 달합니다. 통성기도가 아니라 목사님이 기도하시는 건데, 이렇게 기도가 길면 견디기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다들 훈련이 잘 되어 있으며 기도 시간도 은혜가 많이 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좋았구요. 주일학교도 참석해봤는데 주일학교에서 기도하는 시간도 좀 길었습니다.

설교는 오전에는 강해설교, 저녁에는 복음설교를 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빌립보서 4장이 본문이었고, 빌립보서 전체의 문맥 안에서 본문이 갖는 의미를 충실히 석의하고 현시대에 적절한 적용이 이어졌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마스터스 목사님이 제가 간 주일에 건강이 안 좋으셔서 어시스턴트 목사님이 대신 설교를 하셨습니다. 마스터스 목사님이 오전에 교회까지 오셨다가 가신 거라서 갑작스럽게 설교자가 바뀌었음에도 어시스턴트 목사님의 설교는 굉장히 잘 준비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대략 40분 정도 설교를 하고 찬송을 한 후 축도로 예배를 마칩니다. 예배 분위기는 엄숙했고, 조는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예배 때 주변을 다 확인한 것이 아니지만요.

성도의 교제

예배가 끝나면 점심 식사를 하는데, 식사를 하는 그룹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누가 정해준 것은 아니고 성도들이 자유롭게 그룹을 지어서 그 안에서 함께 옹기종기 모여서 교회에서 식사를 합니다. 주일을 엄격하게 지키기 때문에 점심과 저녁을 다 준비해온다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보통 “누구누구의 테이블”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그 안에서 음식을 서로 준비해옵니다. 손님이나 준비를 못한 성도들이 있다면 각 테이블에 초청되어서 함께 먹습니다. 저도 한 테이블로 초청되어서 식사를 함께 했는데요. 빵과 볶은 쌀 요리(정확히 뭔지…), 샐러드와 푸딩에 식후 차까지 푸짐한 편이었습니다.

함께 먹는 테이블이 어느 정도 정해진 편이라서 그 안에서 교제를 나누기가 좋았습니다. 성도 수가 어른이 그날은 대략 800여명은 모인 것 같다고 들었는데요. 아무래도 그 정도 규모면 서로를 완전히 다 알기는 힘들기 때문에, 이렇게 테이블을 정해서 점심과 저녁을 함께 나누며 대화하는 시간은 성도의 교제에 있어서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묵묵히 밥을 먹기보다는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었구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한 집사님은 저에게 선교사이자 한글 성경 번역을 한 존 로스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새로 온 사람을 배려하거나 신경쓰려는 모습들이 많이 엿보였습니다. 실제로 제가 교회를 서성이니까 저에게 다가와서 교회 안내를 해주는 분도 계셨구요. 저에게 존 로스 이야기를 한 집사님은 교회에 중국인들이 꽤 오는 편이라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상황을 알게 되면, 그것들을 가지고 가정 예배 때 기도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로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교회 안에서 마주치면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주일학교

타버나클에서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주일학교입니다. 주일학교는 오전과 오후 모임이 있습니다. 모닝 스쿨은 주로 교회 성도의 자녀들이 오전 예배 시간에 어른들과 별개로 모이며(예배를 함께 드리다가 중간에 따로 빠져나가서 모입니다), 이 자녀들과 더불어 많은 믿지 않는 가정의 자녀들이 오후 주일 학교로 또 모임을 갖습니다. 타버나클 교회에 메인 스쿨이 있고 4개의 분교가 있으며, 각 분교에는 많이는 100여명 정도가 모이고 메인 스쿨에는 400명 이상이 모입니다. 그러니까 대략 800명 이상에서 많게 잡으면 거의 1000명까지 모이는 것 같습니다.

믿지 않는 가정의 자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타버나클 교회는 주일학교를 굉장히 강조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주일학교를 통한 전도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부모들을 초청해서 함께 주일학교 예배를 드리는데요. 그때는 복음 설교를 합니다. 제가 간 날이 바로 그날이었죠! 실제로 부모님들이 와서 함께 예배를 드렸고, 공간이 거의 꽉 차는 것을 보았습니다. 점심 식사 후 주일 학교 선생님들은 각자 맡은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본교에서 하는 이들과, 다른 지역으로 차를 타고 가서 건물을 하나 빌려서 진행하는 팀으로 나뉩니다. 모여서 함께 기도하고, 이어서 아이들을 데리러 밖으로 나갑니다. 모임 시작 전에 아이들이 드문드문 오다가, 직전에 되니까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주일학교의 찬송은 어른들과는 다른 찬송가집을 사용하지만, 방식은 비슷합니다. 피아노 반주만 하고, 책에는 악보 없이 가사만 있는 것도 동일합니다.

공과 공부를 할 때에는 그림이나 도구들을 사용하긴 하지만, 영상장비들은 없었습니다. 기도도 길었고, 설교도 재보지는 않았지만 20분 이상 이어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몰려왔다는 것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타버나클 교회는 평일 화요일과 금요일에도 주일학교를 합니다. 주중학교라고 해야할까요. 마스터스 목사님의 사모님이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믿지 않는 가정의 아이들이 주일학교에 많아서 주일 한 번 만으로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기가 부족해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성경말씀을 가르치는 것이 중점적이지만 과학 같은 분야들도 가르치는데, 실험 도구들을 가져와서 함께 다룰 때도 있다고 합니다. 세계관과 가치관을 잘 교육하고 싶어하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주일학교를 위한 안내서와 공과용으로 사용하는 책들이 꽤 있었습니다.

전도

영국은 전도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리고 개혁주의를 지향하는 교회들은 전도가 약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타버나클 교회는 전도에 많은 힘을 쓰는 편입니다. 주일 학교의 목적 중 일부도 그것이었죠. 저녁 식사 시간에, 주로 “애프터눈 티 타임”이라고 부르는데 이 때 남는 시간에 거리로 나가서 교회로 오도록 초청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마스터스 목사님이 처음 부임했을 때, 대략 2–30여명이 성도들이 있을 때, 주일 저녁 예배는 항상 복음 설교를 할테니 사람들을 초청하도록 했다고 하네요. 40년이 넘게 주일 저녁에는 복음이 울려퍼졌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텅 비었던 교회가 공간이 모자라 북적거립니다. 공간 활용을 위해 식사 때는 의자를 쭉 펼쳤다가 다시 쌓아놓기도 합니다.

직접적으로 전도하기 어려운 영국의 환경에서 교회로 정중하게 초청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것도 물론 말이 나올 수 있겠지만 말이죠. 교회로 초청하는 방법들도 다양했습니다. 상세하게 열거하지는 않겠지만, 돈을 더 벌 수 있는 환경을 포기하고 전도를 택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꾸준히 전도가 이루어지고 있고 회심하는 일들이 나타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제가 참석했던 날만해도 대략 800여명이 모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주일학교 인원수까지 합치면 그 두 배 정도가 교회로 모이는 셈입니다.

기도 모임

타버나클 교회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월요일 저녁에 이루어지는 기도 모임입니다. 주로 교회의 핵심 멤버들이 모이는 편이지만 저도 기회가 되어 함께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찬송 후에 목사님이 교회의 상황과 기도제목들을 먼저 쭉 이야기하시고 기도를 하는데, 그날도 마스터스 목사님의 건강이 안 좋으셔서 장로님이 대신 인도를 하셨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교회의 전반적인 상황과, 어떤 이들이 회심했는지, 주일학교의 상황은 어떤지, 어떤 성도들이 기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전하면, 성도들은 그것들을 수첩에 받아적곤 했습니다. 그리고 기도가 이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 주로 하는 통성기도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눈을 감은 가운데 자발적으로 한 명씩 일어나서 기도제목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기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시간은 거의 1시간 반 정도 한 것 같구요. 여러 사람들이 주로 처음에 나눠진 기도제목들에 대해서 기도하고, 다른 기도제목들에 대해서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한 명 한 명 기도할 때 그 기도제목에 마음을 기울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꽤 괜찮았습니다.

성도들은 기도모임을 통해서 교회의 전반적인 상황을 알 수 있게 되고, 특별히 전도를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 어떤 섬김이 필요한지, 어떤 성도들이 어떤 어려운 일을 겪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기도의 장이자 교제의 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 경건 생활

기도 모임에서 적은 기도제목들은 나머지 주중의 삶 속에서 경건 생활을 할 때 기도하는 중요한 기도제목이 됩니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게는 하나의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저는 제가 묵었던 한 성도의 집에서 매일 가정 예배를 함께 드릴 수 있었습니다. 결혼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젊은 부부였는데, 그 부부는 매일 밤 잠들기 전 가정 예배를 드립니다. 먼저 함께 기도하고, 이후에 성경 말씀을 읽고, 이어서 그 본문에 대한 J. C. 라일의 주석을 읽습니다. 라일의 주석은 그리 길지 않으며(한 단락에 대한 주석을 읽는데 5분 조금 넘게 걸립니다), 은혜로운 해설과 적용들이 제시됩니다. 그 집에서 머무는 동안 누가복음 19장 말씀을 함께 읽고 묵상할 수 있었는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꼭 라일의 책 만을 읽는 것은 아니며, 바뀌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말씀과 주석을 읽은 후에는 필요한 기도제목들을 나눕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부 중 한 명이 사정이 안 되어서 교회의 기도 모임을 참석하지 못했는데, 다른 한 명이 기도 모임에서 적은 내용들을 설명해주고 그것들 중 필요한 기도제목들에 대해서도 함께 기도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교회의 기도제목들이 가정에서 공유되고, 함께 기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도는 정말 마음을 담아 진실하게 기도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밝히지만 전 신혼 여행을 떠났다가 일정을 추가해서 영국을 다녀온 것인데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가정예배를 드리기로 이야기를 했다가, 이 젊은 부부 가정의 가정예배를 함께 드린 이후 전폭적으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할 수 있는 한 매일 가정예배를 짧게라도 드리자고 서로 다짐했고, 돌아와서 얼마 안 되었지만 실천하고 있습니다.

멤버십, 교회 정치 체제

타버나클 교회는 교회 멤버십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정식 멤버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식 멤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일학교 교사는 어느 정도 자격이 되었다 싶으면 섬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식 멤버가 아닌데 주일학교를 섬기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이 교회는 침례교회입니다. 개혁주의 침례교회(Reformed Baptist Church)는 장로교회가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죠. 직분은 장로와 집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장로와 집사가 맡은 책임들이 상당히 큽니다. 교회의 전반적인 사항들을 장로와 집사들이 다 꾸려갑니다. 그리고 직분을 선출할 때 굉장히 엄격합니다. 그래서 수십년을 교회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한 성도도 아직 집사가 아닌 경우들도 보게 됩니다.

그 외의 노력들

제가 묵었던 젊은 부부 외에 타버나클 교회의 다른 성도의 집에도 초청받아서 식사와 교제를 나눌 수 있었는데, 잘 사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검소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예로 어릴 때부터 쓰던 가방을 40년 넘게 꼬매서 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실제로 경제적으로는 잘 사는 편입니다. 성도들이 대부분 정말 검소하게 의복을 입는다고 하더군요. 그 성도는 교회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많았습니다. 물론 교만한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았구요. 어릴적부터 교회에 얽힌 추억들에 대해 저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성도들이 여러 모습으로 섬기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교회 안에는 외국인들을 위해 몇 가지 언어로 동시통역을 해주며, 성도들이 그것을 위해 봉사합니다. 몇 년 전에는 한국어 서비스도 있었다는데, 요즘은 한국인들이 별로 없어서 통역은 못하고 한국어로 된 신앙 안내 책자와 국내에 번역된 마스터스 목사님의 저서들이 교회 서점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어떤 집사님은 영어가 서투른 외국인들을 위해 설교 전문을 필기해서 메일로 보내주기도 합니다.

타버나클 교회는 자체적으로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학자들을 초청해서 평신도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세미나들을 열기도 합니다. 과학과 관련된 세미나를 열기도 합니다. 평신도와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컨퍼런스를 일년에 한 번씩 열어서 사경회나 세미나처럼 며칠동안 강의를 듣는 시간도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들은 타버나클 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참고삼아 소개할 것이 있는데요. 영국에 가서 빼놓을 수 없는 중 하나가 영국 박물관(또는 대영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이겠죠. 그런데 박물관이 좀 많이 크고 볼 것도 많습니다. 마스터스 목사님은 성경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과 관계된 내용들을 영국 박물관 안에서 실제로 관찰하고 확인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북을 저술했습니다. 저도 이 책을 가지고 박물관을 쭉 돌아보았는데, 정말 유익했습니다.

글을 맺으며

고작해야 여행 중에 며칠을 경험한 것이기 때문에, 타버나클 교회에 대한 제 소개는 지나치게 장미빛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어느 교회에든 문제와 어려움은 있겠죠. 그러나 짦은 시간이지만 타버나클 교회에서의 경험은 즐겁고 유익했습니다. 모든 면에 대해서 다 동의하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어떤 교회를 바라보고 세워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그리 길지 않은 교회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 교회로서는 배워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들에게서는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최소한 타버나클 교회는 그 전통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가르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왜 그러한 예전들을 지켜나가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죠.

여행 중에 어떤 교회 건물이 술집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조금 가슴이 짠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영국의 교회들이 완전히 쇠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 안에는 우리가 갖지 못한 것들,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의 불꽃은 그곳에서도 꺼지지 않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