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즉 2016년도에 제 마음 깊이 와 닿은 책들은 꽤 많이 있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거의 쓰지 못했지만 말이죠. 그 중 소개하고 싶은 책 중 하나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바로 특종이, 즉 『특강 종교개혁사』입니다. 일단 기분 전환 삼아서 그려본 만화 형식의 소개부터 보고,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물론 위의 그림은 웃자고 만든 픽션입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닌 것 중 하나는 교회에서 직분을 맡으신 분, 혹은 앞으로 맡으실 분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될 책이라는 것이죠. 이 책은 단순히 종교개혁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종교개혁이 지향했던 목표가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웨스트민스터 총회를 중심으로 잘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가톨릭 교회와는 달리 목사, 장로, 집사라는 직분이 존재하는 교회가 갖는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예배 형식이나 교회 정치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정말 그려냅니다).
참 독특한 책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은 상당히 독특하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많은 서평들이 이 부분을 다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은 마치 매거진, 즉 고품질의 잡지 같은 느낌이 더 강합니다.
굵직한 헤드라인으로 중요한 내용을 강조하고, 사이드 라인에는 사진과 각종 자료들을 이용한 보충 설명을 실어놓았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규격을 벗어난 스타일은 이전에 출판된 저자의 책인 『특강 소요리문답』보다 오히려 이런 종류의 책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맘에 들었습니다. 다소 지루해줄 수 밖에 없을 내용들을 기발하게 전달하는 것을 보면서, 마치 책이 “이래도 흥미롭지 않을 수 있니?”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역사책과는 다르게 생각할 거리, 적용할 거리들을 굉장히 많이 던져줍니다. 물론 역사 책이라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좀 더 풍성한 생각 거리들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과거에 있던 역사를 보면서 현재와 비교하며, 고찰하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마치 역사 적용 주석 같네요. 게다가 단순히 역사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이 사람은 착한 사람, 저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판단하고 구별하기 쉬운 점들에 대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라는 균형도 잡아주는 친절(?)을 베풉니다.
깨알 같은 책
보면서 가장 감탄한 것 중 하나는 이 책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소위 “노가다”를 했을지에 대한 질문이 들수 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진 자료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별의 별 그래프를 다 그려서 이해를 쉽게 하도록 돕고, 심지어 과거의 자료를 찾아가며 런던 지도에 어떤 노회들이 시범 운영되어있는지를 교구를 일일히 표시한것, 그리고 옛날 그림과 자료들을 요즘 식으로 비슷하게 그려서 더 쉽게 설명하려고 한 것 등을 보면 갑자기 책 값이 싸게 느껴집니다.
그뿐 만이 아니라 교회의 건축 양식 같은 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설명해주고, 예배모범에서 찬송을 다룰 때에는 시편 찬송 악보도 실어주고, 각 장마다 배운 것들을 점검할 수 있도록 만든 자료들도 친절하게 챙겨줍니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은 왠만하면 관심을 갖지 않을 것 같은 “총회에 참석한 스코틀랜드 총재들의 숙소, 그리고 그들의 출퇴근 경로”까지 깨알같이 실어 놓았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종교개혁사를 공부하거나 가르치기에 유용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역사를 관심을 가지고 풍성하게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다양한 시각 자료들은 독자들을 역사에 더 쉽게 접근하고 정리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어떤 사건의 주변에 둘러쌓인 다양한 문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 지식들을 이렇게 풍성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이 책이 가진 강력한 장점 중 하나입니다.
특별히 장로 교단에 속한 이들에게 이 책은 매우 유용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장로 정치 제도가 가진 의미와 장점이 무엇인지를 잘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장로회 정치를 따르는 교단에 속한 목사인 저 같은 경우만해도, 가끔씩 이 정치 체제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외에도 많은 성도들과 목회자들, 그리고 신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이 책은 이 체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이 의미를 잘 살려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과 성찰을 제시합니다.
개혁의 자세
많은 것들을 더 말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이 갖는 장점 중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개혁의 바람직한 자세를 제시”해준다는 것입니다. 잘 준비되고 지원을 받은 것처럼만 보이는 웨스트민스터 총회의 회의 기간 속에서도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인내하고 겸손히 개혁을 끝까지 추진한 선배들의 모습들을 소개하는 것을 통해서, 우리의 기질과 약점으로 인해서 자주 변질되고 추진력을 잃어버리는 ‘개혁’을 어떤 자세와 모습으로 추구해야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이 책을 보면 분명, “왜 우리 교회는 이렇지 못하는가!”라고 의로운 분노가 일어나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것은 교회의 회복에 좋은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개혁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줍니다.
단점
물론 이 책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괴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물론 농담으로 하는 얘기입니다). 저만 해도, 이 책을 보면서 “아, 내가 신학대학원 때 뭘한걸까?”라는 탄식을 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아무튼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풍성한 적용을 이끌어내려다보니 저자의 관점이 많이 들어갔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대체로 저자의 관점이나 해석에 동의하며, 반기는 편이지만, 읽으면서 혹시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넓은 마음으로 시야를 넓히는 기회를 삼으면 되겠지요.
결론
아무튼, 전 이 책을 누구보다 신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총신을 다니는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네요. 교단과 교회와 학교의 상황을 보면서 아파하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우리가 이런 노회 정치 체제를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면서 위로와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이유식’ 수준에 불과하다고 겸손히 말하지만, 이 책이 저자의 전작들보다 더 풍성한 기여을 한국 교회의 개혁과 회복을 위해 남길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하고 응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