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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인간관(1): 기독교와 과학은 왜 충돌하는가?


진화론을 주제로 하는 EBS 다큐프라임이 제작한 『신과 다윈의 시대』를 보셨나요? 책으로도 출판되었는데, 거기서 이런 말을 합니다. “과학은 자연계를 이해하는 믿을 만한 수단이고, 종교는 영적인 수단”이므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공존해야 한다고 말이죠.1

그런데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사실, 『신과 다윈의 시대』는 사실 종교와 과학이 부딪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일단 그 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한 학자들을 보더라도, 그들 중에는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왜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말하는 종교와 과학이 부딪치는 것일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두 세계, 즉 종교의 세계와 과학의 세계를 구분해서 살아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결국 하나의 실재로 다가옵니다. 이는 두 영역이 개념상 구분될 수는 있으나 절대로 완전히 독립적으로 분리될 수 없으며,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는 세계관의 자리에서 결국 서로 만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낸시 피어시는 현대에 만연한 ‘이분법적인 구도’가 현대 기독교의 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하는데, 사실을 다루는 이성적-객관적 영역과 가치를 다루는 주관적 영역의 구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과학, 정치, 경제 등의 분야는 객관적 영역에, 종교나 도덕은 주관적 영역에 위치시킨다는 거죠.2 그래서 종교는 과학의 영역, 즉 객관적 사실의 영역이자 공적 영역인 과학의 영역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여깁니다. 종교가 공적 영역에서 개입해서 진리를 말하면, 이 이분법적인 틀은 이를 영역 침범으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피어시는 기독교가 공적 영역에서 영향을 발휘하려면 이 이분법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3 위에서 언급한『신과 다윈의 시대』에서 제시한 개념, 종교와 과학이 서로 다른 영역이므로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말은 이 이분법과 일치합니다. 종교와 과학을 분리해서 가치와 사실의 영역에 각각 배치하고 사이좋게 지내길 바랍니다. 과학자들은 종교와 과학의 영역이 명확히 구분된다고 주장하며 과학의 영역에 종교적 입장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에 강력히 반발합니다.

사실 일반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은 종교는 주관적 가치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며 종교적 입장을 가지고 객관적 영역인 과학에 개입하는 것을 불편해합니다. 심지어 그리스도인들마저도 자신의 신앙을 공적 영역에 가져가기를 불편해하거나, 과학 앞에 움츠러드니까요.

기독교는 과학은 왜 부딪치는가?

그런데 종교와 과학이 서로 분리된 영역에 속한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만, 이미 우리는 종교, 특히 기독교와 과학의 충돌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 둘은 우리 삶을 포괄하는 세계관의 자리에서 실제로 부딪치기 때문입니다. 두 영역 다 일관되고 전체적인 세계관을 세우기 위해 뻗어나가면서 서로 부딪치게 됩니다.

그런데 먼저 여기서 명확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기독교와 과학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사상”과 기독교 사상에 반대되는 “자연주의적 전제 위에 세워진 과학”이 충돌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기독교 사상과 충돌하지 않는 과학이 존재한다는 뜻이죠. 기독교 신앙은 과학에 의존하지는 않지만, 과학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경험하는 기독교 대 과학의 갈등은 과학 자체가 아닌 현대 과학을 내세워서 기독교를 공격하는 이들에게 담긴 전제와 사상들이 기독교와 충돌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 과학’을 내세워 신앙을 공격하는 이들은 자연주의의 전제 위에, 그리고 그 원동력인 ‘유물론적 진화론’의 강력한 영향 속에 서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과학을 말할 때, 그 안에는 자연주의 사상이 담겨져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사상과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참된 과학인가?

다윈의 진화론은 오직 실증주의적 인식론으로 과학을 설명해야만 ‘과학적’인 것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결정적으로 심어주었습니다. 4 즉 유물론적/기계론적 방식의 설명이 아니면 비과학적이라는 인식이 생겨 버린 것입니다. “신의 개입”이라는 생각을 갖고 과학에 접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여기게 된 것입니다. 자연적/물질적인 요소와 법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고, 그래야만 참되다는 생각이 과학을 지배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그것만이 참된 과학적 방식일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은 홀로 고고하게 존재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무슨 말이냐면, 과학은 과학자가 가진 세계관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 모어랜드와 크레이그는 “신 개념은 과학적 설명의 일부로서 쓰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이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다. 과학자는 설명하기 위해 단지 자연법칙만을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합니다.5 그는 “결코 과학은 합리적인 것에만 전력하지 않았다. …과학은 외부에서 생긴 개념 문제를 통해서 철학과 신학 같은 영역들과 직접 상호작용한다.”고 설명합니다.6

그러나 유물론적/기계적인 방식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참된 과학이라는 생각은 자연주의 세계관이 과학의 중심에 확고하게 자리 잡게 했습니다. 이분법의 틀 중 객관적 영역으로 여겨지는 과학의 중심에 자연주의 세계관이 딱 자리한 것이죠. 만약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과학을 설명하려고 하면, 자연주의를 따르는 과학자들은 그것이 비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며 강력히 반발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어떤 세계관이나 신념을 과학에 투영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요. 그러나 그것은 자연주의 세계관 위의 과학이며, 결코 신념과 무관하게 순수하게 작용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자연주의의 공격

그렇기에 이런 의미에서의 “현대 과학”은 기독교 사상과 충돌하게 됩니다. 하지만 과학을 사용해 신앙을 공격하는 이들의 견해는 자연주의 세계관 위에 세워졌으며, 현대 사회의 이분법 중 사실의 영역에만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서 전 영역으로 뻗어나가 모든 것들을 자연주의 세계관에 환원시키려고 합니다. 자연주의는 과학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사용해 사회와 도덕적 영역 등 삶의 전 영역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그것이 과학적이기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주장은 다른 반론들이 힘을 잃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이런 자연주의의 공격은 모든 것을 물질로 환원시키면서 도덕과 가치를 허구화시키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도덕과 가치라는 영역을 소유하는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던 인간에 대한 인식도 공격받게 되었죠.

그렇다면 과학을 내세우는 자연주의는 인간관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이번 시리즈의 목적입니다. 유물론에 기초한 과학은 현대에 다시금 성경적 인간관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논쟁이지만, 다시 새롭게 부상하여 생각해봐야만 하는 주제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실제적으로 과학에 의해 인간이 어떻게 환원되고 있는지를 인공지능과 뇌과학 분야를 간략하게 살펴보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EBS 다큐프라임, 『신과 다윈의 시대』, (세계사, 2010), 235–236.

2: Nancy R. Pearcey, Total Truth, (Crossway, 2005); 홍병룡 역, 『완전한 진리』, (복 있는 사람, 2006), 208.

3: Nancy R. Pearcey, 『완전한 진리』, 48.

4: Nancy R. Pearcey & Charles B. Thexton, The Soul of Science, (Crossway, 1994); 이신열 역, 『과학의 영혼』, (SFC, 2009), 179.

5: J. P. Moreland & M. L. Craig, Philosophical Foundations for a Christain Worldview, (IVP, 2003); 김명석 역, 『과학철학』, (기독교문서선교회, 2013), 42–43. 6: J. P. Moreland & M. L. Craig, 『과학철학』, 37.

Over de auteur

재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에서 17세기 신학자 사무엘 러더포드의 교회론을 연구했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일어난 신학적 논의들, 특히 교회론에 대한 논의에 관심이 많다. 『신앙탐구노트 누리』의 저자이며 초보 아빠이기도 하다.

Comments 2

  1. 와우~! 다음 글이 기대가 됩니다.

    그나저나 과학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자연주의 세계관 위에 서 있는 것이라고 언급하셨는데,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자연주의 세계관 위에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기에 이러한 논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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