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삼위일체 – 06.삼위일체와 교회

photo by barnyz @flikr

이상한 곳, 교회

그러고보면 교회는 참 이상한 곳이죠. 사람마다 가족마다 사연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데 한 자리에 모여 한 하나님을 찬양하게 하며, 심지어 모인 사람들끼리 싱글벙글 웃으며 떡을 떼고 잔을 나누니 말입니다. 선교지에 다녀온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마 느껴본 적 있으실 겁니다. 다른 언어를 쓰는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이 우리와 전혀 다른 환경 속에 살면서도 동일한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을 때 벅차오르는 감격을요. 하나님께서는 나만 구원하신 것도 아니고 우리 가족만 구원하신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들만 구원하신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나 ‘형제, 자매’라고 서로를 부를 때 우리는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영혼의 행복을 경험합니다. 한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실만으로 사랑을 나누게 되고 함께 눈물 흘리게 되며 기쁨의 웃음이 절로 터져나오는 것을 경험하는 순간, 누구나 ‘교회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직 이런 경험이 없으신 분들은 단기선교 강추합니다. ^^)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어떻게 이리도 다른 사람들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교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이 글에서는 삼위일체와 교회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하나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전

사람들마다 교회를 정말 다르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경에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야겠죠. 먼저 성경은 교회를 유사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동아리가 아닌 것이죠.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는 연약하기 때문에 모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것도 참 귀한 교회의 기능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교회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모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흩어지기 위해 모여야 한다.’ 뭐 이런 얘기도 하곤 하죠. 하지만 선교 역시 교회의 기능이자 역할일 수는 있으나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존재 목적은 아닙니다. 성경은 교회, 믿는 자들의 모임을 무엇이라 말할까요? 놀랍게도 성경은 교회를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관계로 설명합니다. 성경은 교회가 하나님의 백성이자(벧전2:9) 그리스도의 몸이며(롬12:4–5) 성령의 전이라고(고전3:16) 말합니다.

구약에서 신약에 이르기까지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택한 백성들과 언약을 맺으시며 그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 기본적으로 하나님께서 찾으시고 부르신 이들은 하나님의 백성들이었으며, 신약에 와서 그들을 교회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교회의 존재 목적이나 존재 이유는 이미 모인 자들이 무엇을 하느냐에 의해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귀한 사명이어도 말이죠. 교회의 존재 목적은 처음에 어떻게 교회가 형성되었느냐에서 찾아야 합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는 수많은 알갱이들이 한 박스 안에 들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은 교회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구원받은 ‘알갱이’는 결코 ‘내가 구원받았다’로 끝날 수 없습니다. 구원받고 나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나와 동일하게 구원받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래서 함께 시간 약속을 잡아 모이기로 한 것이 교회인 것이 아닙니다. 구원을 생각할 때 우리는 단지 자신의 구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구원받은 나와 구원받은 너가 함께 그리스도의 지체다.’라는 생각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구원받은 ‘뒤에’ 교회에 출석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받는 것과 ‘동시에’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구원받는다는 의미 자체가 그리스도의 몸된 지체로 부름받았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고전3:16에서 바울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 안에서 우리를 교회답게 만들어주시는 분,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 접붙히시는 분, 우리가 진짜 하나되게 하시는 분은 바로 거룩한 영이신 성령이십니다. 우리 안에 내주하셔서 그 일을 이루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령이 거하시는 성령의 전입니다.

이처럼 성경은 교회된 우리를 기능이나 해야하는 일을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 역사를 인하여 교회가 된 것입니다.

성령이 이루시는 그리스도와의 연합

너무 급하게 설명한 것 같으니 정리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교회는 믿는 자들의 모임입니다. 처음 교회를 생각하면 ‘내가 예수님을 믿고나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한 명 한 명 믿고 나서 모이는 곳이 교회다’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사실 교회는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으로 택하신 이들 모두를 일컫는 말입니다. 성경이 밝히 말씀하고 있듯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백성 삼아주셨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시키셔서 하나님의 백성 삼아주셨죠. 우리는 우리의 구원을 설명하면서 ’전 예수님을 믿어요.’, ‘전 예수님을 영접해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대체로 우리가 행한 일에 대해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사실 우리가 구원받는 이유를 정확하게 말하려면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전 예수님과 연합했습니다.’라고요. 세례식이 그런 연합을 겉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성찬식이 그 연합을 날마다 누리는 것을 표현하는 의식입니다. 예수님과 연합하여 그분과 함께 죽고 함께 살았을 때 비로소 우리 죄는 해결되고 구원받게 되는 것이죠. 그럼 우린 어떻게 예수님과 연합하게 되는 것일까요? 물론 믿어서 연합됩니다만, 우리가 믿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성경은 성령께서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시키신다고 설명합니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리니 그는 진리의 영이라 … 너희는 그를 아나니 그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 … 그 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 (요14:16–20)

성령이 오셔서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합시키십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 하나님과 연합하고 계신 제2위 하나님이십니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머리 되신 그리스도와 연합되어 있는 것이죠. 아프리카에서 미국에서 남미에서 중국에서 예수님을 믿는 모든 백성들이 성령을 통해 성령의 전이 되어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 연합하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주 정거장에서 1년 동안 지구를 떠나 일을 하게 되더라도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입니다.

삼위일체와 교회

삼위일체와 교회의 관계를 이 정도 묵상하고 나면 엄청난 무게로 다가오는 하나님의 영광을 발견하게 됩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구원을 이루시는 삼위 하나님의 놀라운 경륜입니다. 구원의 시작점이 되시며 목적지가 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주관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성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계획하시고 우리를 당신의 백성 삼으시기 원하셨습니다. 성자 하나님께서는 성부 하나님께 순종하심으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셨고 3일 후에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놀랍게도 우리를 예수님과 연합시키셔서 우리를 그리스도의 생명 안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골로새서 말씀대로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져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겨졌습니다(골1:13). 만약 하나님이 삼위일체 하나님이 아니시라면, 우리는 누구에게 영광을 돌려야 하며 누구를 위해 살아야겠습니까? 그리고 이 놀라운 구원 경륜의 공은 누구에게 돌려야 하겠습니까? 모든 구원 과정을 행하신 성부 하나님, 성자 예수님, 성령 하나님이 온전히 한 하나님이시기에 우리는 그 누구에게 영광을 돌리더라도 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구원의 어느 한 영역도, 어느 한 사건도 하나님의 실행하심에서 벗어난 것은 없습니다. 우리 구원은 온전히 하나님께만 속해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삼위 하나님 간의 내적 관계는 참 사랑의 관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영원한 사랑의 관계입니다. 세 분은 서로를 높이시며 온전히 연합하시면서도 각자의 의지와 역할을 독립적으로 감당하십니다. 이런 관계 속에 우리 교회가 편입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지 예수님을 믿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수님과 연합하였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에서 알게 된 성령에 관한 가장 놀랍고 감격스러운 사실은 이것이었습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성령은 우리 주 예수님의 모든 사역 가운데 주님과 함께하고 주님을 도우신 바로 그 성령이시다.”(싱클레어 퍼거슨,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지평서원, p.126) 우리가 동참하는 연합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연합입니다. 물론 삼위 하나님 간에 누리는 연합과 혼동하면 절대 안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신이 된다는 말이 되어버리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삼위 하나님의 사랑의 관계 안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성령 하나님을 통하여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 안에 동참하게 된 것이죠.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실 분 아니라, 당신의 기쁨이 우리 기쁨이 되게 하셨고, 우리가 당신의 아들과 딸이 되게 하심으로 삼위 하나님의 놀라운 내적 사랑의 열매를 영원히 누리도록 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에게서 받는 사랑은 삼위 하나님을 온전히 하나되게 하는 바로 그 사랑이며, 교회인 우리 안에 성령으로 말미암아 흐르는 사랑의 샘물 역시 그 사랑입니다.

사랑의 띠

이렇게 삼위일체 하나님이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때, 교회가 추구해야 할 하나 됨의 참 모습을 찾게 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하나 됨은 개인을 묵살하고 개성을 무너뜨리는 폭력적 하나 됨이 아닙니다. 동시에 느슨하고 언제든지 해산될 수 있는 모래알 같은 하나 됨 역시 아닙니다. 삼위 하나님께서 완전히 독립적이시지만 사랑으로 온전히 하나이신 것처럼, 교회가 추구하는 하나 됨은 (하나님의 사랑과 똑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그것을 가장 많이 닮은) 구원받은 개개인이 사랑으로 온전히 하나되는 것입니다.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와 우리 각자를 연합시키신 사랑의 성령께서 우리를 연합시켜 가실 겁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충만한 하나님 아버지를 향한 성령의 사랑이 우리를 온전히 띠 띠우시기를 기도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더하라 이는 온전하게 매는 띠니라(골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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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선교사 부모님 덕에 어린 시절 잦은 이사와 해외생활을 하고,귀국하여 겪은 정서적 충격과 신앙적 회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개혁주의를 만나고 유레카를 외쳤다. 그렇게 코가 끼어 총신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미국 시카고 근교에 위치한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조직신학 박사 과정 재학 중이다.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며 세상 귀여운 딸래미의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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