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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뿌리내리는 정통주의 신학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리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짧게나마 근황을 올리자면 저는 에딘버러 대학에서 역사 속의 신학(Theology in History) 과정을 마치고 교회사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했습니다. 함께 진짜배기를 운영하는 필진 ‘영광’ (호칭 생략합니다)은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 중이고, 또 다른 필진 ‘정규’는 나머지 필진 못지 않게 사역과 다른 활동들로 바쁜 상태입니다. 다들 바쁘네요. 유일하게 꾸준하게 활동하는 필진(또는 작가) ‘미현’만이 요즘 분투 중입니다. 그래서 최근 글 목록이 너무 한 명의 포스팅으로만 가득차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가, 오랜만에 한글책(!!)을 읽을 수 있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책을 소개해봅니다.

권경철, 『뿌리내리는 정통주의 신학』, 도서출판 다함, 2018, 263쪽, 13,000원.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출판사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자들에 대한 책을 펴내도 많이 팔리지 않는 출판시장의 상황 속에서, 너무나도 생소할 수 밖에 없을 17세기 신학자들과 그들의 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출판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목회자들이나 신학생들이 주된 독자들이 되겠지만, 신학을 하지 않는 교회의 많은 성도들까지도 예상 독자로 여기고 출판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제 지도교수에게 “한국에서 일반 성도들이 읽을 수 있도록 17세기 정통주의 신학을 소개하는 책이 출판되었다”고 이야기했더니 함께 신기해했습니다.

이 책은 종교개혁의 뒤를 이어 체계화된 17세기 개혁파 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이 시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유럽 각 지역의 대표적인 신학자들을 선정했습니다. 한 챕터마다 각 지역에 대한 필자의 여행기가 먼저 도입부에 등장하고 그 이후에 신학자들을 소개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종교개혁관련으로 답사 여행을 간다면 유용할만한 내용들도 쏠쏠하게 담겨있구요. 신학자들에 대한 소개는 그들의 간략한 생애에 대해서 다루고 주요 사상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표적인 저작들을 맛보기로 번역도 해놓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17세기 신학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부록을 따로 구성해놓았습니다. 첫 번째 부록에서는 17세기 신학이 저평가되어온 이유를 설명하고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는 가운데 17세기 신학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17세기는 동일한 신앙 고백 속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논쟁 가운데 개진되어왔다는 것과, 개신교가 다양한 면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된것이 17세기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통해서 17세기 신학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것들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17세기에 주요한 논쟁의 주제 중 하나였던 언약 신학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소개합니다. 두 번째 부록에서는 이 책에서 소개한 이들에 대해서 더 알고자 할 때 유익한 자료들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이 책을 평가하거나 소개할 때 조금 조심스러운 것이 있는데, 그 이유는 17세기 개혁파 신학이 제가 전공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이 책은 분명히 쉽고 깔끔합니다. 17세기 개혁파 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책으로 이만큼 쉬운 책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이 시대에 전혀 생소한 성도의 입장이라면 그래도 조금은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원전 맛보기나 부록의 내용들 같은 경우가 그렇죠(물론 저는 신학을 전공한다는 저보다 훨씬 깊고 넓게 이 분야를 섭렵하시는 성도 분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만한 요소들이 분명 많이 있고, 최대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쓴 부분이 보입니다. 디자인이나 편집에서도 그것이 잘 드러나구요. 그래서 조금 어렵다고 느끼더라도 이 책을 읽고나면 17세기 신학자들을 분명 더 친근하게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건한 글들로 많이 소개되는 청교도들 중 많은 이들도 이 시대의 신학자들이죠. 이 책에 나오는 존 오웬과 사무엘 러더포드가 바로 그런 청교도들입니다. 그들의 경건한 글들이 깊이 있는 신학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을 통해서 이들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신학 지식과 경건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옛 선배들을 좀 더 알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제 연구 분야와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아주 반갑습니다. 동시에 아직도 많은 면에서 이 분야는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합니다. 17세기 신학이 체계적이고 풍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신학이 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인지, 어떻게 지금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지를 와 닿게 하는 것은 아직 많은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공부를 하는 입장이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매일 같이 “나 이 공부 왜 하는 거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있기 때문이죠. 하하; ). 저자가 말하는 대로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고 17세기 신학을 보게 되면 이해가 안 되고 지루하기만한 논쟁이 새로운 유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신학자들이 더 의미 깊은 연구를 하는 것도 필요하고, 그 연구들을 토대로 목회자들이 삶 속에서 고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신학자들이 목회자의 정체성을 갖고 연구를 해야하고 목회자들이 신학자의 정체성을 갖고 사역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말이죠.

아무튼 용기 있게 나온 책, 개인적으로 반가운 책, 앞으로를 위한 토대가 되기를 바라는 책입니다.

Over de auteur

재국

디자이너를 꿈꾸던 공대생 출신 신학도. 『신앙탐구노트 누리』의 저자이며 초보 아빠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교회사를 공부 중이다.

Comments 4

  1. 이글을 읽고 저도 책을 사서 읽는중인데, 우연히 이글을 다시보게되었는데요,
    그런데 사진에서 중간에 보이는 책이 사무엘 러더포드의 [법과 군주]책이라니….!!
    영알못인 저는 정말 부럽고도 대단하십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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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안녕하세요 🙂 언젠가 < 법과 군주>도 한글로 번역될 날이 오면 좋겠네요 ㅎㅎ 저도 술술 읽는 건 아니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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