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와 희극

교회사 분야에서 공부하는 주제나 시기에 따라서 배워야할 언어들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중요한 언어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아마 라틴어일 겁니다. (아, 물론 영어가 제일 중요하구요…) 그래서 라틴어 과목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 라틴어 수업에서 각 시대별 다양한 장르의 라틴어 원문들을 읽고 있는데, 이번 주에는 10세기 즉, 중세시대에 쓰인 희극 대본을 읽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희극’인데 다루는 내용이 초대 교회 시대의 순교라는 것입니다. 신실한 그리스도인 여성들이 신앙과 정절을 지키며 박해 속에서 순교한 내용을 다룬 것이죠. 중세 시대에 순교 이야기는 하나의 장르였다고 합니다.

교수님의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희극’은 보통 두 가지 결말로 이어지는데, 그 중 하나는 ‘결혼’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러고보니 다른 하나가 뭔지 말을 안 해줬네요) 그런데 어떻게 순교 내용이 희극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죽음을 교회의 신랑되신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순교임에도 오히려 영광스럽고 행복한 결말로 인식하고 있었고, 그래서 순교 이야기가 희극에 속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 학부(고전어)의 언어 수업에서 듣는 이야기라서 사실 더 흥미로웠습니다.

오늘 읽은 본문 중 가장 와닿은 대사는 ‘아가페스’라는 여인의 고백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이름을 고백하는 것을 거절하라는 것, 그리고 우리의 순결을 타락시키려는 것, 그 어떤 것에도 굴복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quia nec ad negationem confitendi nominis, nec ad corruptionem integritatis ullis rebus compelli poterimus.)

Over de auteur

재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에서 17세기 신학자 사무엘 러더포드의 교회론을 연구했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일어난 신학적 논의들, 특히 교회론에 대한 논의에 관심이 많다. 『신앙탐구노트 누리』의 저자이며 초보 아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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