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

 

이건 무슨 외모지상주의적인 소리냐고 생각될 법한 제목입니다만, 이거 책 이름입니다. 미레유 길리아노란 분이 쓴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물푸레, 2005)는 책이에요.

아, 전 요즘 다이어트 아닌 다이어트 중입니다만, 이건 그것과 상관없이 예전에 저에게 충격을 주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자취 10년의 경력을 갖고는 있는 저는 대략 자취생활 4-5년차 쯤에 학교 도서관을 거닐다(?)가 눈에 띄는 책을 발견하는데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제목이 흥미로웠죠. 

프랑스인으로서 학생 때 미국에 가서 살다가 프랑스로 다시 돌아온 이 책의 저자 미레유 길리아노란 여인은 미국에서 주체할 수 없도록 찐 살을 뺄 수 없어 고민하는데, 프랑스 식사법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서 다시 원상태를 회복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프랑스 여자가 살찌지 않는 핵심을 제시합니다. 왜 미국 사람들은 살이 잘 붙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 것일까요?

그것은 프랑스 식사에서는 식사 그 자체를 궁극적 목적으로 대하면서 음식의 참된 맛을 즐기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로 빠르게 식사를 때우거나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리고 다른 것을 위한 부차적인 것으로 식사를 다룬다면, 저자가 말하는 프랑스에서의 식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의식입니다.

제철 음식을 추구하고(그게 그 때 가장 맛있으므로), 다양한 요리법과 맛을 추구하면서 그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웁니다. 자연스럽게 저질/자극적 음식들은 멀리하게 되죠. 돈을 펑펑 쓰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 속에서 질 좋은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는 거죠.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단순한 식습관이 아니라, 생활의 가치관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요리법을 제시하죠)

전 이 책을 보고 주어진 돈으로 뭔가 좀 더 알차게 요리해서 자취생의 비참한 식사생활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남자들이 몇명 같이 살았었는데… 음… 힘들었었죠);

여기서 중요한 건, ‘참된 맛을 추구하고 거기서 만족을 얻으면 저급한 맛과 만족을 버리게 되고, 오히려 몸도 건강해진다는 것’입니다. 이건 존 파이퍼 목사님이 항상 말하는 ‘하나님을 최고로 기뻐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내가 진리의 참된 맛을 맛보고 살아간다면, 저급한 쾌락은 자연스럽게 멀어집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기뻐하고 있다면, 평소에 유혹적인 것들은 자연히 시들해집니다.

우리가 그 하나님의 영광을, 진리의 참 맛을 본다는 것, 그것은 바로 “은혜”로 가능합니다. 신자 안에서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하나님 사랑의 감화(김남준 목사님이 어디선가 말했던 것처럼)인 은혜가 없이는 우린 결코 그것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성화의 싸움에 있어 하나님의 은혜는 정말 중요합니다. 그것이 성화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요리사입니다. 사람들에게 최고의 맛을 알려줘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있어 최고의 재료는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 말씀을 요리할 수 있는 불은 성령이 주시는 은혜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선배들은 그 동안 수많은 레시피와 도구들을 우리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우리도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개혁주의자는 헛된 욕망으로 스스로를 살찌우지 않는다라고.

 

덧글. 책에 나오는 ‘떠 있는 섬'(Floating Island)은 옛날에 소설에서 본 메뉴였는데, 레시피가 나와서 한 때 만들어서 커피랑 먹었었어요… 옛날 생각이…

Over de auteur

재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에서 17세기 신학자 사무엘 러더포드의 교회론을 연구했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일어난 신학적 논의들, 특히 교회론에 대한 논의에 관심이 많다. 『신앙탐구노트 누리』의 저자이며 초보 아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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