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더욱 엄중한 심판 – 세월호 1주년에 즈음하여

13941880109_4cb5f7775b_o 

세월호 참사 1주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진짜배기 필진들은 우리의 신학이 세상의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도 없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죄를 미워하시고 고통당한 자들을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기 위해서, 이 사회가 가지고 있던 구조적인 악과 고통을 상징적으로 반영하는 사건인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각 필진이 시리즈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저희 진짜배기 필진들은 이것이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라는 우리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순교자들을 신앙선배로 둔 고신교회 소속의 강도사이며,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이 사실을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선배들은 살아계시고 참되신 한 하나님만을 예배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하여 다른 모든 우상들을 겸하여 섬기면 약속되는 순간의 기쁨들(돈, 명예, 안락함 등)을 기꺼이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들은 의롭지 않은 권세에 저항함으로 자신들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는 절대 불의를 용납지도, 타협하시지도 않으신다는 것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하여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의로우심이 일제 치하의 어두운 역사에도 드러났고, 또한 하나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영광을 받으셨습니다. 이렇게 하나님만이 예배를 받으시기 위한 선택에, 제가 알고 있는 고신의 신앙선배들은 목숨을 내어 놓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러한 신앙선배들의 신앙을 현 상황의 한국에서 따르는 길이란 세월호 문제에 대하여 분명하고 단호한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의 상황 정리

2014년 4월 16일 8시 49분, 공식적으로는 이 시간에 세월호는 오른쪽으로 45도 변침하기 시작하며 서서히 침몰했습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구조되었고, 304명의 사망 및 실종자가 발생했습니다. 약 7개월간의 구조 및 수색 결과, 침몰 이후에 단 한 명도 구조되지 못했고 2014년 11월 11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7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선채 내의 벽실 붕괴 등 수색여건이 너무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실종자 수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세월호 침몰과 연관된 사건사고는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유가족들의 유일한 요구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엄청나게 많은 의혹들이 산재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센터장 김모씨 및 소속 해경 13명은 사무실 내부를 찍는 CCTV를 떼어냈습니다. 관제사들은 2인 1조로 구역을 나눠 관제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야간에는 한명이 관제를 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또 이같은 사실이 드러날까 봐 두 명이 근무한 것처럼 교신일지를 허위로 작성하고 사무실 내부 CCTV를 떼어내 화면까지 삭제하였습니다. 유가족들은 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가 19초동안 49도 급변침후 화물이 쏠려서 배가 기울어졌다”고 말했지만, 왜 그곳에서, 무엇 때문에 그 일이 일어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해경은 출동하여 객실 안으로 진입하지도 않았으며, 유일하게 출동한 해경은 선장과 선원들만 구출하여 떠났습니다. 구조지원을 하려는 각계각층의 지원은 이상하게도 해경에 의해서 제지당했습니다. ‘전원구조’ 오보는 2시간 동안 지속되었고, 아무도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언론은 “물살 거세지기 전에…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기사를 내며 “해군과 해군구조대, 소방 잠수요원, 민간 잠수사, 문화재청 해저발굴단 등 구조대원 726명이 동원됐으며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 등의 장비가 집중 투입됐다”고 보도했지만 실종자 가족들과 현지 기자들은 이 기사가 거짓임을 확인했습니다.

“왜 우리의 아들딸들은 그 때, 그 장소에서 죽었어야만 했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부모들은 목숨을 걸었습니다. 유민아빠인 김영오씨는 46일 동안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실규명을 위한 단식을 했습니다. 언론들은 김영오씨의 진심을 흠집내기 위해서 그의 사생활과 연관된 온갖 정보들을 흘렸습니다. 언론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유가족들의 ‘진심’을 흠집 내는 것이었습니다. 유가족들이 바란 것은 단순히 진상규명을 통해 자기 자식들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더 많은 돈과 자식들을 대학에 특례 입학시키고 싶어서 욕심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네티즌 “시체 팔아 장사한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세상의 반응에 대하여 유가족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참, 대학 갈 아이가 죽었다구요. 우리는 대학 보낼 아이가 없어요, 지금. 근데 왜 우리가 특례입학을 요구했다고 얘길하고 그게 먹히는지가 너무나 이해가 안가는 거예요. 영혼을 위한 대학교가 있나요?” – 예은아빠. 세월호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

정치권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미온적이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를 원했지만 여당은 결사반대였고, 야당은 별 힘이 없었습니다. 어쨌든 2014년 10월 31일, 참사 199일만에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의 3법으로 구성된 세월호 특별법의 일괄타결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2014년 11월 2일 유가족들은 수용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는데도 미온적이었고,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라는 말로 인양반대의사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유경근 새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그 말은 ’당신은 자식을 잃었으니 평생 고통을 겪으며 고통 속에서 사십시오’라는 얘기”라며 비난했습니다. 이 와중에 2015년 3월 27일 정부는 여당 추천 상임위원이 사무처장을 맡게 하고 정부조사자료로만 조사범위를 축소시키는, 그러면서 피해구제 부분을 부풀려 진상규명을 어렵게 만드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1]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이석태 위원장은 시행령 철회를 촉구하며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2]

처음부터, 맨 처음부터 유가족들의 유일한 요구는 배상도 보상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오직 진상규명만을 원했습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진상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 위해 2015년 4월 2일 광화문 광장과 진도 팽목항에서 삭발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목숨을 내놓는 의미로” 삭발을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3]

이러한 미온적인 정부의 대응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일화는 2014년 5월 8일에 있었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청와대 항의방문이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억울함과 한함을 호소하기 위해 대통령을 만나기 원했고, 대통령은 끝까지 만나지 않았으며, 일언반구 언급마저 없었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한 기자의 진술을 읽어보십시오.[4]

청와대로 가는 길목이 다시금 소란스러워져 그쪽으로 가 보았다. 그리고 나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광경을 보게 되었다. 어머니들이 경찰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영정 사진을 경찰들이 볼 수 있도록 두 손으로 곧추세워 들고 있는 어머니들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우리가 잘못했어요. 제발 길 좀 열어 주세요. 우리는 아무런 힘이 없어요. 제발 길 열어 주세요. 대통령님 만나서 드릴 말씀이 있어요.”
 
다른 어머니 한 분이 화를 냈다.
 
“왜 우리가 잘못했다고 해요?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어요?”
 
그러자 경찰들에게 잘못을 빌던 어머니가 말했다.
 
“경찰들은 잘못한 게 없으니까 이렇게 여기 서 있을 수 있잖아요. 우리는 잘못한 게 많으니까, 애들을 먼저 보냈으니까, 이렇게 빌어야 하잖아요. 우리가 잘못했으니까 우리가 이래야 하잖아요.”
 
나는 울지 않으려고 침을 꾹 눌러 삼켰다. 대체 이게 뭘까?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그러자 화를 내던 어머니가 이번엔 경찰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 아이가 죽어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분이 어떤 건지 알아요? 사고 나고 처음 며칠 동안엔 그래도 희망이 있었어요. 근데 하루 이틀 사흘 지나면서 그 희망이 다 사라졌어요. 아직도 아이 못 찾은 부모들은 아이가 죽어서라도 돌아온 부모들을 부러워해요. 알겠어요? 아이가 죽어서 돌아온 부모들을 부러워 한다구요! 너무 미안해서 아이 찾았냐고 물어보지도 못해요! 우린 죽은 아이 붙잡고 울면서도 미안해 해야 한단 말이에요! 그런 기분을 알아요? 우리가 대체 왜 미안해 해야 하는데요?”
 
경찰들을 보았다. 마스크를 쓴 채 눈만 내놓은 얼굴이 조금 실룩거리는 것도 같았다. 빨개진 눈동자 위로 물 같은 것이 고이는 것도 같았다. 내가 잘못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경찰들 앞에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이 무릎 꿇고 앉아 길을 열어달라고 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묘사는 사실 지난 1년간의 모습을 압축해 놓은 그림일 것입니다. 2014년 5월 8일 그 밤이 그러했듯,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고통스러운 울음에 사회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런 대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언론의 뒤에 숨어서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더 사악한 죄

모든 백성이 들을 때에 예수께서 그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원하며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회당의 높은 자리와 잔치의 윗자리를 좋아하는 서기관들을 삼가라 그들은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 외식으로 길게 기도하니 그들이 더욱 엄중한 심판을 받으리라 하시니라 (눅 20:45–47)

본문에서 제가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단 하나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그들의 받을 판결은 더 중할 것이다”라고 말한 부분이지요. 왜 이 부분이 중요합니까? 여기에는 ’더 큰 죄’와 ’더 커다란 형벌’이 함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하지요. 모든 죄는 다 똑같이 악합니까? 혹은, 같은 죄를 다른 사람이 짓더라도 똑같이 처벌받습니까? 오늘 본문에 의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서기관. 즉 당시의 사회지도층인 자가 지은 범죄는 더욱 큽니다.

이러한 사상은 성경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에게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라면 나를 해할 권한이 없었으리니 그러므로 나를 네게 넘겨 준 자의 죄는 더 크다 하시니라”(요 19:11)라고 말씀하시며, 지도자들인 바리새인들의 죄를 비방하십니다. 에스겔은 하나님께로부터 “인자야 이스라엘 족속의 장로들이 각각 그 우상의 방안 어두운 가운데에서 행하는 것을 네가 보았느냐”(겔 8:13)라는 질문을 받고, 하나님께서는 그것이 ’더 가증한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제가 고신 교회의 일원으로써 기쁘게 동의하는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150–151문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5], [6]

150. 하나님의 법의 모든 범죄가 본질적으로 그리고 하나님 보시기에 동등하게 흉악한가?

하나님의 법의 모든 범죄가 동등하게 흉악하지 않고, 어떤 죄는 본질적으로 그리고 여러 가지 악화요인들 때문에 다른 죄보다 하나님 보시기에 더 흉악하다.

 
151. 어떤 죄를 다른 죄보다 더 흉악하게 만드는 가중요인이란 무엇인가?

죄는 아래 열거한 요인들에 의하여 가중된다.
1. 범죄자 : 그가 보다 성숙한 연령에 이르렀는지, 더 많은 경험이나 은총을 가졌는지, 혹은 직업, 재능, 위치, 직책, 타인에 대한 지도성, 그리고 그의 모범이 당연히 타인에 의해서 추종되어야 하는가에서 고위에 있다면 그만큼 가중된다.
2. 피해자 : 직접적으로 하나님과 그의 속성 및 예배에 대해서, 그리스도와 그의 은총에 대해서, 성령과 그의 증거 및 사역에 대해서, 우리와 특별한 관계에 있고 그에게 의무가 있는 윗사람이나 높은 사람들에 대해서, 특히 그들의 영혼이든지 혹은 다른 어떤 것이든지 약한 형제를 포함한 모든 성도에 대하여, 그리고 만인의 또는 다수의 공동선에 대하여 범죄했는지에 따라 순서적으로 가중된다.
3. 범죄의 본성과 품질 : 율법의 명시된 조문인지, 많은 계명들을 함께 범했는지, 또는 그속에 많은 죄들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단지 마음속에서 생각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말과 행동에서 나타내었는지, 타인을 중상했는지, 그리고 배상의 여지가 있는지에 따라서, 은혜의 방편, 하나님의 긍휼과 징계, 본성의 빛, 양심의 가책, 공적 혹은 사적 권면, 교회의 권징, 정부의 징벌에 대항하여, 그리고 우리의 기도와 목표, 하나님 혹은 사람들에 대한 약속, 서원, 계약 및 의무에 역행하였는지에 따라서, 그리고 의도적으로, 의지적으로, 주제넘게, 파렴치하게, 자랑스럽게, 악의를 가지고, 자주, 고집스럽게, 경쾌하게, 계속적으로, 또는 회개한 후에 다시 범죄했는지에 따라서 가중된다.
4. 시간과 장소의 환경 : 주일에, 다른 예배 시간에, 바로 그 직전 혹은 직후에 범죄했는지, 그와 같은 잘못을 예방하거나 조치할 다른 도움이 있었는지, 그리고 공개적으로, 혹은 그것에 의해 당연히 자극을 받거나 오염될 타인의 면전에서 범죄했는지에 따라서 가중된다.

범죄자와 피해자를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죄를 짓는 자가 높은 자일수록 범죄는 가증하며, 죄를 당하는 피해자가 연약할수록 범죄는 가증합니다. 당연히 이것은 사회법에도 적용됩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인간 본성에 심어준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문을 다시 생각해 보자면, 이 악하고 가증한 서기관은 지도층이기에 죄가 가증하고, 그 죄를 범하는 대상이 가난한 과부이기에 죄가 더 가증합니다. 그들은 과부가 남편을 잃으며 받은 재산의 유언집행인 역할을 했고, 집행하는 과정에 집행비를 부당하게 받아 챙기거나 몰래 착복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는 그 사건 자체가 약한 자들을 만만히 보고 강한 자들이 핍박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입니다. 아니, 오히려 세월호의 유족들은 다른 예들보다 더 나아 보일 지경입니다. 사건이 워낙 충격적이라 상당수의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진실을 보도해 주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상에는 이보다 더 크고 악한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세월호를 붙잡고 늘어지는 이유는, 이렇게 크고 드러난 사건조차 정의를 말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에도 말하지 못하리라는 괴로움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더욱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직후, 2014년 4월 20일 부활절 주일 오후에 저희 교인들에게 아래와 같이 설교하였습니다.

누군가를 함부로 비난하지 마십시오. 지금 언론과 SNS는 전국민이 자신의 분노를 온갖 곳에 쏟아내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 와중에 어이없게도 오보도 잔뜩 나왔고, 자신이 프로 민간잠수부라고 주장하는 사기꾼까지 인터뷰에 등장했습니다. 정부는 대표적인 표적이 되었고, 대통령은 가도 비난 안 가도 비난을 받게 된 상태였습니다. 선장은 천하의 나쁜 놈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비난이, 과연 우리 자신의 정의로움과 공평함으로부터 나온 의로운 분노일까요? 아니면 탓하기 좋아하고 비난하기 좋아하는, 누군가에 대하여 나쁘게 말하기 좋아하는 우리 자신의 미움과 질투에서 나온 분노일까요? 물론 한 편으로는,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평소에 분노가 많이 쌓여있었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 이상의 분노표출은 하나님을 슬프시게 하고 우리의 영혼을 해칠 뿐입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저는 조금 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사건 전체를 통하여, 지난 1년 동안 이 사건이 빨리 잊히기를 바라고, 유가족들에게 막말을 하며, 사건이 덮이기를 바랐던 모든 자들에게 저주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누구건! 누구건! 그들에게는 더 큰 심판이 있을 것이며 하나님의 무시무시한 진노가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 약한 자들의 절규와 한숨에 눈과 귀를 가리고 있으며, 자신의 안위가 위협받을까 봐 철저히 이 사건을 묻으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절대로 묻지 않으실 것입니다. 한 아버지가 잃어버린 딸의 생일에 보낸 아래의 편지를 읽어보십시오.[7]

예은아…
아빠가 많이 망설이다가 말을 거네….
 
예은아…
아빠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17년동안 정말정말 자랑스러운 딸로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
영원히 예은이 아빠로 살게 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아빠가 가장 필요할 때 같이 못있어줘서 미안해.
아직도 4월 16일이라서 미안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하면서 매일 쓰러져서 미안해.
모든게 다 미안해.
안산으로 이사와서 미안해.
단원고등학교에 보내서 미안해.
수학여행 못가게 할걸 그러지 못해 미안해.
 
학교 앞에서 헤어질 때 커다란 과자상자 못들어다줘서 미안해.
꼬옥 안아주며 잘 다녀오라고 인사할걸 그러지 못해 미안해.
전화왔을 때, 빨리 나오라고 말하지 못해 미안해.
 
그리고….
아빠가 예은이 아빠여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정말 못난 바보 멍충이 아빠의 딸로 다가와 준 예은아, 사랑해.
오늘은 예은이만을 위해 생일초 18개를 따로 준비했어. 힘껏 불어줄거지?
 
예은아,
허락해준다면…
예은이 보러 추모공원에 가보려고 해.
다 밝혀내고 오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약속 못지켜 정말 미안해…..

이러한 눈물을 흘리게 하고도,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자들에게 화가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무시무시한 어린양의 진노를 감당하지 못해, “산들과 바위에게 말하되 우리 위에 떨어져 보좌에 앉으신 이의 얼굴에서와 그 어린 양의 진노에서 우리를 가리라”고 부르짖을 것입니다(계 6:16).

지옥과 그들과의 거리는 그들이 앉아있는 의자와 그들과의 거리만큼이나 가깝습니다. 그곳은 불의 연못(계20:15)이며 풀무불(마13:42)입니다.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곳을 상상하더라도 실제 지옥에 비하면 과장이 아니라 축소일 뿐입니다. 하나님은 엄숙하고 공의로운 목소리로 그들에게 지옥을 선언하십니다. 영원한 고통이라고(마25:46)! 그들은 지옥의 자식이자(마23:15) 마귀의 자식(요8:44)이며, 진노의 자녀입니다(엡2:3).

하나님의 진노가 그들의 머리 위에 있습니다(요3:36). 그분의 얼굴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으며(시34:16), 그분의 저주가 모조리 그들의 몫입니다(갈3:10). 그들은 하나님의 적이며, 하나님께서는 천사들을 명하셔서 그들을 지옥에 던져버리라고 하실 것입니다(마13:30)!

진실이 밝혀짐으로 자신에게 올 손해가 두려워서 이 사건이 빨리 잊히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정치인이던, 언론인이던, 누구던 간에)이 (그럴 리 없겠지만) 이 글을 읽는다면, 저는 간절하고 괴로운 마음으로 당신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회개하십시오. 돌이키십시오! 이것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복음입니다. 돌이켜 회개한다면, 그래서 진상규명에 동참하고 슬퍼하는 자의 눈물을 닦으며 위로해 준다면 당신에게도 소망이 있습니다. 구원은 오직 믿음과 회개로 받으며, 당신이 믿음과 회개에 이르렀다는 가장 커다란 증거는 당신이 연약하고 불쌍한, 고통당하는 자를 위로하는 것입니다.

 

기억, 슬픔, 괴로움

누군가는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오랫동안 이 글을 구상하면서, 무엇을 하라는 권면이나 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무엇을 권면해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2014년뿐만 아니라 우리 죽는 날까지 여러 형태로 반복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저는 슬퍼합니다. 그리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괴로워합니다. 누군가 “너는 복음을 가진 목회자라면서, 그리스도인이라면서 무엇을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그저 괴롭습니다. 광화문 광장에도 나가보았고, 팽목항도 가보았지만, 무력감에 괴롭습니다. 마지막 날 우리 주님께서 모든 것을 심판하시며 공의롭게 바로잡으실 것을 믿지만, 그래서 한 편으로는 소망을 가지지만, 그래도 지금은 괴롭습니다.

 


  1. 참조링크  ↩
  2. 동영상 링크는 “www.youtube.com/watch?v=DeRoiOGVchM&feature=youtu.be”입니다.  ↩
  3. 참조링크  ↩
  4. 참조링크  ↩
  5. 참조링크  ↩
  6. 참조링크  ↩
  7. 참조링크 

Over de auteur

정규

진짜배기 잉여 필자. 다른 필진들과는 다르게 공식적인 '저자'다. 담임 목회자이자 두 딸의 아버지. 잉여롭고 싶은데 찾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 ㅠㅠ

Comments 7

  1. 우리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에 괴롭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기억하고, 잊지 않고, 힘을 실어주어야겠습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2. Post
    Autho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