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축가를 부르는 이들에게

이 글은 대략 6년 전, 교회의 친한 형과 누나의 결혼 축가를 준비하면서 축가 팀에서 나눴던 내용입니다.

결혼 축가 준비는 축제 준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지체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기쁜 일이죠. 그래서 축가 준비가 더 즐겁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결혼 축가를 부를 때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하는 노래를 멋드러지게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기뻐하며 노래해야 하는가 입니다. 두 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영혼없이 형식적으로 노래하는 것은 정말 실례니까요. 그럼 우린 무엇을 기뻐해야 할까요?

1. 친한 형제 – 자매가 사랑으로 한 가정을 이루는 것에 대한 기쁨

지체이자 친구 같은 이들이 결혼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쁩니다. 그들과 함께 공유했던 추억들을 새록새록 떠올리기도 하고, 그 동안 몰랐던 그들의 연애담을 들으며 키득거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낳으면 누구를 더 닮을까 상상하면서 수다를 떨기도 하죠. 친한 이들이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쁩니다. 진짜배기의 필진이기도 한 오랜 친구가 (저보다 한참 일찍) 결혼했을 때, 뭔가 표현하긴 힘들었지만 친구가 결혼한다는 것 자체가 꽤 기뻤습니다. 성경에 언급된대로 신랑의 친구가 신랑을 기뻐하듯이 말이죠.

2. 성도의 결혼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성도의 결혼이 세상의 결혼과 크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는 결혼을 통해 하나님이 계획하신 복음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혼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죠. 사랑 안에서 하나되는 것이 좋아보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은 남녀 간의 사랑의 완성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그 둘이 한 육체가 될지니 이 비밀이 크도다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엡 5:31,32)

이 말씀을 보면 하나님이 결혼이라는 것을 만드실 때,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은 마지막 날에 완성될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신부인 몸된 교회’를 나타내는 모형으로 결혼을 만드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결혼의 전부는 아니지만, 지혜로우신 하나님은 결혼을 통해서 우리가 더욱 더 예수님이 다시 오실 그 날을 소망할 수 있도록 만드셨습니다.[1]

그러므로 성도의 결혼을 기뻐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성도들은 결혼을 통해 그 안에서 나타나는 예수님과 교회의 완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정말 소망해야 하는 예수님과의 완전한 연합의 영광스러운 아름다움의 일부가 결혼 안에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성도의 결혼을 통해서 결혼의 영적인 의미에서의 아름다움이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살아가면서 신랑은 그리스도, 신부는 교회의 역할을 맡아서 예수님과 교회의 하나됨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세상에 나타내야할 의무와 특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성경적인 가정을 이루어가는 것은 그 자체로 세상에 복음을 비추는 삶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기뻐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복음이 갖는 아름다움을 나타낼 또 하나의 가정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기쁨을 가지고 축가를 부를 때 우리는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하는 동시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축가를 부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축가를 부를 때 우리가 깨달았던 복음, 그리고 우리가 소망하는 복음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를 위해 자기 몸을 주신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그 모습이 신랑에게서 드러나갈 소망하고 기도해주세요. 또한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고 하나님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한 교회의 형상이 신부의 모습에서 나타나도록 기도해주세요. 축가를 부르면서 예수님과 교회의 하나됨이 이 부부 사이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는 기도를 드린다면,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1. 이에 관해서는 존 파이퍼의 『결혼신학』을 보면 도움이 됩니다.  ↩

Over de auteur

재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에서 17세기 신학자 사무엘 러더포드의 교회론을 연구했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일어난 신학적 논의들, 특히 교회론에 대한 논의에 관심이 많다. 『신앙탐구노트 누리』의 저자이며 초보 아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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