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현실이다

 

이것저것 서핑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대학친구이자 군대동기 녀석이다.

자주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녀석이 아닌데 전화가 오자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녀석이 뜸을 들인다.

 

‘야’

‘왜’

‘***형 있잖아’

‘어’

‘좋은 일은 아닌데’

‘어’

‘죽었대…어제 갑자기 심장마비로.. 원래 건강 안 좋았잖아.’ 

  

솔직한 심정으로 나에게 ‘슬픔’이 엄습하진 않았다.

학교 다닐 때는 잘 어울려 다녔지만, 

그렇다고 깊은 정을 나눈 형은 아니었기에.

 

하지만 순간 두가지 사실이 내 가슴을 때렸다.

 

1. ‘예수천당 불신지옥’은 현실이다.

2. 그리고 우리는 현실이 아닌 것처럼 살고 있다. 나에 대해서든, 다른 사람에 대해서든.

 

1번의 진리를 내가 ‘현실’로서,

그러니까,

맥도날드 프렌치 프라이나,

비빔밥의 고추장이나,

맞잡은 여자친구의 손이나,

보드라운 아기의 볼살이나,

코끝을 찡하게 울려오는 까나리액젖이나,

세종문화회관의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와 같은 의미의 현실로서 받아들인다면…

2번처럼 살 수가 없다. 

 

내가 만약 천국에 간다는 사실이 분명하고 그 사실을 현실로 느끼고 있다면,

나의 삶은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다.

내가 만약 내 옆에 앉은 친구가 천국에 못간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현실로 느끼고 있다면,

그를 대하는 태도가 엄청나게 바뀔 것이다.

 

나에게 현실은 무엇인가.

손에 잡히는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것인가.

코가 맡는 냄새인가.

귀가 듣는 소리인가.

향기인가, 악취인가, 아니면 둘 다 인가.

삶인가, 죽음인가, 아니면 둘 다 인가.

 

통상 죽음은 ‘사라진다’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으나, 

그 뉘앙스가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게하는 것은 아닐까.

성경은 그 어디에서도 죽음 뒤에 ‘사라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죽음 뒤에 사라지는 것처럼 살고 있다.

나에 대해서나…

다른 사람에 대해서나…

 

‘그날’이 되면, 

하나님 우편의 예수님은 심판대 위에 오른 나를 보시고 물으실지도 모른다.

 

“야. 너 그 때 그 형이랑 놀면서 왜 죽지 않을 것처럼 그를 대했냐?”

 

라고 말이다.

 

나도, 너도, 그도, 그녀도…

모두 죽는다.

죽음은 현실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필연적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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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선교사 부모님 덕에 어린 시절 잦은 이사와 해외생활을 하고,귀국하여 겪은 정서적 충격과 신앙적 회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개혁주의를 만나고 유레카를 외쳤다. 그렇게 코가 끼어 총신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미국 시카고 근교에 위치한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조직신학 박사 과정 재학 중이다. 박사 과정 중 부르심을 받고 현재 시카고 베들레헴 교회 담임 목사로도 섬기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이며 세상 귀여운 딸래미의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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