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려면

커피, 좋아하시나요?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량이 세계 6위에 이르렀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커피를 즐깁니다. 커피를 배우는 길도 많이 있습니다. 바리스타 과정도 있고, 여러 카페에서 소규모로 커피 강좌를 열고, 다양한 책들이 출판되었죠. 프랜차이즈 카페도 많이 있지만,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운 소형 로스터리 카페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도 직접 생두를 사다가 볶아서 내려먹을 수 있을 정도로, 커피는 상당히 대중화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카페의 커피들이 다 맛있는 것은 아니죠. 여러 카페를 돌아다녀보면서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카페는 “카페 주인(혹은 바리스타)이 커피의 맛을 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커피가 맛이 없는데, 주인은 아무런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직접 로스팅을 해서 신선한 커피를 만든다고 내세울지라도, 본인이 커피 맛을 잘 모르면 제대로 된 커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무엇이 맛난 커피인지 모르는 이가 어떻게 맛있는 커피를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하나님을 맛보아 알고 있는가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도록 부름받았지만, 그리스도의 맛과 향을 알지 못하는 이가 그것을 전할 수는 없습니다. 잘못하면 왜곡된 냄새를 풍길 수도 있겠죠. 그렇기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려면 그리스도의 맛과 향을 깊이 경험해야 합니다.

이것은 그저 지식으로 아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존 파이퍼는 신학 서적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하나님을 실질적으로는 모를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관련 링크). 우리에게 기쁨을 주시는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려면, 하나님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보고 또 맛보아야’ 합니다. 존 파이퍼는 이렇게 말합니다. [1]

복음의 궁극적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며, 우리로 그 영광을 우리의 가장 귀한 보화로 보게 하고 또 맛보지 못하게 하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너희의 하나님을 보라” 이것이 복음이 주는 가장 은혜로운 명령이며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가 그분을 우리의 가장 위대한 재산으로 보고 또 맛보지 못한다면 아직 복음에 순종하지 않거나 복음을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복음이 나타내는 하나님의 영광을 맛보지 못하는 것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그분의 탁월하심을 경험하고 있다면,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맛보고 있다면, 그는 세상에서 썩은 냄새를 풍기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커피가 마냥 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꼭 다 그런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보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향과 산미가 날아가 쓴 맛이 가득한 커피만 맛보았다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럽을 듬뿍, 크림도 듬뿍 넣어서들 마시죠(물론 크림은 맛있습니다만…). 하지만 그 맛을 제대로 본다면, 더 이상 커피가 마냥 쓴 음료라고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고 그 향과 산미와 풍미와 바디감을 즐기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제대로 전하고 있을까요. 아니, 그리스도의 향기를 제대로 맛보고 있는 자들일까요.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시 34:8)

 


  1. 존 파이퍼, 『하나님이 복음이다』 (서울: IVP, 2006), 67.  ↩

Over de auteur

재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에서 17세기 신학자 사무엘 러더포드의 교회론을 연구했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일어난 신학적 논의들, 특히 교회론에 대한 논의에 관심이 많다. 『신앙탐구노트 누리』의 저자이며 초보 아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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