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뭐하는 사람인가요? 얼마 전 외부 특강을 하러 동기 강도사가 사역하고 있는 중고등부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스무명 남짓 앉아 있는 아이들과 교사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러분. 그리스도인은 무엇하는 사람들일까요?” 전체 강의 맥락 속에서 이 질문을 통해 청중들이 관심을 환기시키기 원했던 것은 ‘대체 무엇이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이게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었죠. 똑똑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제 의도는 정확하게 파악한 것 같았어요. 용기있는 누군가 먼저 말문을 엽니다. “예수님을 잘 믿는 사람이요!” 맞습니다. 그리고 또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예수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이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대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몸짓을 해가면서 힌트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네, 다 맞아요.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게 하나 있어요. 뭘까-요?” 더 이상 …
진짜배기 번개 컨퍼런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배기 번개 컨퍼런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배기가 새롭게 단장한 지 1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1주년 기념 비스무리하게 연 컨퍼런스가 되었네요. 기존에 총신대와 고신의 일부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를 조금 더 확장해서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총 45분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작은 예배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장장 세 시간에 걸친 강의를 듣느라 모두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짜배기를 알고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으셨는데요. 어떻게 발걸음을 하셨든 상관없이 모두 하나님 말씀을 바르게 알고 바르게 전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모이셨던 것 같네요. 정말 멀리서 찾아오신 분들도 있으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하신 만큼의 소득이 있으셨나 모르겠네요. 진짜배기로서는 처음으로 얼굴을 보고 만나는 시간이었고, 단지 블로깅에서 그치지 않고 …
평범함이 이류가 되어버린 시대 – 마이클 호튼의 Or.di.nar.y
평범함이 이류가 되어버린 시대 특별한, 탁월한, 비범한, 튀는, 개성 있는, 같지 않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어쩌면 너무 쉽게 볼 수 있어서 더 이상 비범해보이지 않는 단어들이기도 합니다. 텔레비전을 틀어도, 인터넷을 켜도, 친구들을 만나도 우리는 언제나 특별하고 탁월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런 사람들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무리에서 주도권을 쥐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가 교회에서 청소년들과 청년들 대상으로 사역하면서 느낀 것은 좌절감이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심사위원의 극찬을 받고 탑 텐에 올라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부르는 노래마다 온라인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동갑내기 친구들을 보는 또래 중고등학생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요?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좌절감입니다. …
그리스도인이 슬퍼해야 할 이유
그리스도인에게 슬픔이라는 감정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토마스 왓슨(약 1620-1686)은 경건에 대해 말하면서 슬픔을 언급합니다. 그는 경건한 사람의 주된 특징들을 나열하면서 그 여덞 번째로 ‘눈물을 흘림’을 언급합니다. “경건한 사람은 복음주의자로서 우는 사람입니다.(토마스 왓슨, 경건, 복 있는 사람, 2015, p.90)”[1] 왓슨이 소개하는 여섯 가지 슬퍼해야 할 이유를 길게 인용하겠습니다(p.90–94). 경건한 사람이 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그는 우리 안에 있는 죄 곧 지체 안에 있는 또 다른 법(롬7:23) 죄가 분출해서 최초로 출현하는 그것으로 인해 웁니다. 우리의 본성은 독을 푼 샘입니다. 중생한 사람은 하나님께 적대적인 그것을 몸에 지니고 있으므로 슬퍼합니다. 둘째, 그는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죄로 인해 웁니다. 우리가 죄를 없앨 수 있다면 …
개혁주의 신학이란? 제 12강 성도의 견인
Summary 요약 성도의 견인은 성도가 스스로 끝까지 무언가 견뎌낸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물론 우리는 끝까지 우리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인내하고 견딘다.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 날까지 인내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견인하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견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견인Perseverance라는 단어보다는 보호하심Preservation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견인은 하나님에 의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성도의 견인은 아버지로 부터 택함 받고, 그리스도로 속죄함을 받았으며, 성령으로 거듭남을 받은 이가 영원히 구원받으며, 단 한 명도 중도에 떨어져 나가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일을 그가 완성하신다. 빌립보서1:6은 “너희 안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 고 기록하고 있다. 결국, 만약 구원받았다면 결코 잃지 않을 …
개혁주의 신학이란? 제 11강 저항할 수 없는 은혜
Summary 요약 앞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들을 더 알맞는 단어로 계속 바꾸어 왔는데 여기서도 그래야겠다. 저항할 수 없는 은혜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그 누구도 저항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저항의 역사가 아닌가? 따라서 ‘효과적 은혜 effectual grace’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의 저항을 이길 만큼 하나님의 은혜의 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은혜의 효과가 의도하신 그 효과를 드러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저항할 수 없는 은혜의 교리에 대한 논점은 사실 믿음과 거듭남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만약 누군가 개혁주의 신학과 다른 신학을 역사적으로 구분하고자 한다면, 바로 믿음과 거듭남의 관계에 대한 …
성경이 말하는 생각
어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성경은 생각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거나,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생각보다 사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성경은 생각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요? 로마서 8장에서는 쿵쾅거리는 고동소리가 들립니다. 그곳에 복음의 진수가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복음은 박제된 복음이 아니며 읽는 이로 하여금 무릎꿇게 하고 무릎꿇은 이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하며 찬양하게 하며 회개하게 하는 살아 숨 쉬는 복음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복음의 심장부에 쉽게 넘어가는 단어가 생각보다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생각’입니다. 5절부터 9절까지 등장하는 ‘생각’은 모두 헬라어로 프로네오phroneo에서 파생된 단어들입니다. 이 단어에서 우리는 예사롭지 않은 향기를 감지합니다. …